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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혜숙 시인 / 불시착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2.

최혜숙 시인 / 불시착

 

 

기차가 지나가네

 

잘못 찍힌 사진처럼

알 수 없는 얼굴들이 지나가네

 

나무가 나를

흔들며 지나가네

햇살이 나를

비추며 지나 가네

바람이

비가

눈이

나를 만지며 자나가네

 

찬란한 별밭과

향기로운 꽃밭이

나를 스쳐가네

 

한 생이 지나가네

 

문득

지구별에 불시착했다는 생각

 

 


 

 

최혜숙 시인 / 내가 잠든 사이에 지나갔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동생네 집에서

새벽에 구슬픈 트럼펫 소리를 들었는데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하며 잤다

 

그런데 장례행렬이 지나갔다고 한다

 

베갯잇이 축축하다

죽음이 내 곁을 지나가는 동안 울었나보다

한없이 슬프고 처연하던 멜로디가

귓가에 남아 떠날 줄을 모른다

 

내가 잠든 사이에 지나갔다

 

-시집 <내가 잠든 사이에 지나갔다>에서

 

 


 

최혜숙 시인

경기도 평택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2014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가 잠든 사이에 지나갔다』.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우주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