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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애 시인 / 기도
어쩌나, 두 손 사이, 이 많은 비명을 따로 놀던 오른손과 왼손을, 가슴께로 불러 모아 피뢰침을 만들자, 지붕의 평화를 위해
가물거리는 영혼 꺼지지 않게 날아다니는 가시, 악몽이 다정해질 때까지 그물을 던지자.
마음 지그시 눌러, 높이 올라가자, 구름처럼 가벼워질 때까지.
무릎이 없어지네, 이제야 비명이 녹스네.
두 손이 시뻘겋게, 수박색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네.
불쑥 일요일이 생기고, 기도는 한없이 길어지지.
지정애 시인 / 기상 캐스터의 옷을 기억한다는 것은 결핍의 꼬리를 들키고 말았어 눈빛에 추파춥스 사탕을 단 사람이 스윽 나타나 햇빛과 구름의 자리를 꿰차고 사적인 날씨로 군림했어. 그의 마술로 난 기상예보를 초월하게 되었지. 창문을 두들기는 소낙비든, 나뭇가지를 흔드는 비바람이든 나의 날씨는 감미로웠어. 시소 위에서 허공과 허방으로 오르내렸어. 목줄을 거부하는 강아지처럼 햇빛에도 뻗댄 음지식물이었는데 얼음보다 쉽게 물컹해졌어. 하루는 낙과처럼 굴러다녔어. 라디오를 끼고 살았어, 그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까지. 백지를 천 개의 달로 채우고 난 뒤에야 몽롱한 구름에서 풀려나 모두의 날씨로 돌아갈 수 있었어. 오늘은 기상캐스터가 노란 원피스를 입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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