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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민소 시인 / 잃어버린 길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0. 18.
김민소 시인 / 잃어버린 길

김민소 시인 / 잃어버린 길

 

 

비틀거렸던 하루가

빛을 통째로 삼킬 때

길위에 널브러진 마음을 본다

지친 육신보다 무서운 것은

허기진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것

구멍 숭숭 뚫린 나뭇가지마다

굶주린 들개의 소리가 윙윙거린다

가로등은 수리중이다

 

길이 떨고있다.

아니 떨고있는 사지육신 때문일게다

문명에 사육되고, 길들여진 내가

이 사각지대에 얼마나 견딜지

순간, 빠르게 오버랩 되는

소중한 내 어머니, 내 아들.딸

사랑했던 사람과 사람들

아직도 뜨거운 내 심장

 

혼돈의 늪에서

문명의 단절에서

클로즈업대는 담쟁이덩굴

벽이라 했을때 열리는 서막처럼

절망을 도려내는 눈물겨운 의지가

피돌기를 뜨겁게 달군다

  

길을 잃고서야

길을 잃고서야

더 간절해진

내 삶의 몸뚱아리

 

 


 

 

김민소 시인 / 그거 알아

 

허기가 질 때면

자주가는 분식집에라도 들려

김밥이나 라면으로 채우면 되겠지만

마음이 고플 때는

사랑을 먹어야 하는 거래

한기를 느낄 때면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를 두르면

삭풍이야 막을 수 있겠지만

가슴이 추울 때는

손을 꼭 잡아야 하는 거래

업무에 지칠 때면

잠시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보며 달랠 수 있겠지만

삶에 지칠 때는

용기를 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래

 

 


 

 

김민소 시인 / 매일 당신이 좋은 이유

 

 

월요일은

깊은 밤, 외롭지 않도록

발길 따라 함께 걸어주는 달처럼

가슴 넓은 당신이라 좋고

 

화요일은

행여 몸이 차가와질까

제 몸을 아낌없이 태우는 불처럼

마음 따뜻한 당신이라 좋고

 

수요일은

마음에 때가 낄까 봐

낮은 자리로 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생각이 맑은 당신이라 좋고

 

목요일은

마음이 지쳐 고달파질까

초록빛 그늘을 내리는 나무처럼

싱그러운 당신이라 좋고

 

금요일은

감정에 자주 흔들릴까

화마가 휩쓸어도 변치 않는 금처럼

한결같은 당신이라 좋고

 

토요일은

자칫 오만해질까

만물의 마당이 되어주는 흙처럼

진솔한 당신이라 좋고

 

일요일은

덧없는 삶이 무상해질까

매일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빛살로 찾아주는 당신이라

좋은 것을요

 

 


 

 

김민소 시인 / 들길에서

 

 

황금빛 햇살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오후 3시

구름과 키 작은 나무들이 포옹하고 있는

인적드문 들길을 걷다보면

내 젖가슴은 빵꽃처럼 부풀어 오른다

 

바닷가 우유빛 창문을 열어놓고

버클리풍의 사랑을 노래했던

어느 시인의 시처럼

굳이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빨간 꽃씨로 달구어진 마음,

 

100 억대의 부호나

푸른 기와집의 주인이

부럽지않는 이 순간,

눈 먼 삶을 깨워주는 서정시가 벗이 되니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하얀 집이 보이는 언덕배기

가슴 따뜻한 우체통이 마중을 나와

홍옥같이 농익은 입술로

내 귓볼을 잘근잘근 깨문다

"당신에게 온 편지예요"

 

 


 

 

김민소 시인 / 사랑도 커피처럼 리필할 수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한 잔의 은은한 커피는

하루를 여유로움으로 눈뜨게 하고

 

잠시......

어제의 실수에도 미소짓게 하다가

가슴 아리게 했던 그리운 사람조차

설탕같은 추억으로 새겨주네요

 

왜 그렇게 성급했던가요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던가요

 

커피처럼 은은한 사랑이었다면

커피처럼 넉넉한 사랑이었다면

문밖에 맴도는 그리움은 없었을 텐데

 

사랑도 커피처럼 리필할 수 있다면

기다리는 시간마다 씨앗을 심었다가

만나는 시간마다 꽃망울 하나씩 터트릴텐데

 

 


 

 

김민소 시인 / 사랑을 하면

 

 

사랑을 하면, 비오는 날은

숨어있던 그리움이 날개를 달지

 

빗줄기마다  애절한 선율을 담다가

천둥은 장엄한 오케스트라 협연이 되어

어느새 혼을 다 뺏어 가버리거든

 

사랑을 하면, 바람부는 날은

거리마다 라이브 무대를 열지

 

사랑의 향기를 솔솔 불어 주다가

이내 격정의 물결이 휘몰아쳐

명치끝을 저려오게 하거든

 

사랑을 하면, 별이 쏟아지는 날은

잠못드는 밤마다 시인의 꿈을 꾸게 하지

 

미약한 가슴을 탓하지는 않고

아무 죄 없는 연습장 한권을

눈물로 얼룩지게 만들거든

 

 


 

 

김민소 시인 / 내가 그대를 사랑했던 이유로

 

 

내가 그대를 사랑했던 이유로

가슴이 닳아 숱한 날 고랑을 매야 해도

어느 노숙자처럼 음습한곳에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의 동정을 받으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했던 이유로

가을 날, 천연 빛살을 흡수하지 못해도

철새를 서럽게 몰아냈던 겨울의 심술처럼

움트는 열정을 얼어붙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했던 이유로

찾아온 햇발을 돌려 보낸적도 많았지만

빛을 잃고서야 비로소 피는 달맞이 꽃처럼

어둠을 운명이라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했던 이유로

그리움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해도

순간의 욕정에 눈이 먼 사람과 입맞추며

안락한 침실을 꿈 꾸지는 않겠습니다

 

 


 

김민소 시인

2005년 월간 <문예사조> 등단. 한바탕 웃음 연극단장. 한국 웃음행복경영협회대표. 동서울대. 경복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서일대학 사회교육원 웃음테라피과정 책임교수. 성공커뮤니케이션 연구소 행복강사. 저서 : 사랑도 커피처럼 리필할 수 있다면. 자기계발서: 참 맛있는 행복학. 시집: 사랑도 커피처럼 리필할 수 있다면. 공저: 달빛 호숫가, 사진속의 그대여. 시의 향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