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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 시인 / 무위사
수차례 호들갑에도 무위사는 침묵이다 앉아서 천리보듯 한 점 걸림이 없다 눈 한번 감는 사이에 더께 넓히는 고목들 꽃창살에 앉은 먼지 모은 시간 흘린다 전설의 새 천왕봉에 앉았다가 날아가고 숨 한번 고르는 사이 꽃 피고 물 흐른다 내것이 아니어서 가져갈 게 없는 거지 새날고 열매 열리는 거침없는 무위사 가만히 들어 올린다 풍경소리에 걸린 나를
이성구 시인 / 곡비哭婢
모질다 가는 이 밀어주는 저 곡소리 여태껏 숨어 우는 나도 조금 모질지만 슬픔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저 여자
이성구 시인 / 전기공 메모
사람보다 많은 소들 여물을 기다린다 녹슨 대문 자물쇠는 입 다문지 이미 오래 할머니 손녀 내리고 점심을 차린다 뽕나무와 전신주가 함께 서있는 우산각 환갑 넘긴 막내와 마을이 늙어간다 내어 온 묵은 김치가 오랜 동네처럼 시다
이성구 시인 / 전신주에 올라
내 몫만을 지닌 채 꼭대기에 오른다 좀처럼 무서움은 다져지지 않는다 여기는 경치에 취해 웃는 곳이 아니다 계곡 한 번 가자는데 한 번도 못 갔었다 계절이 바뀌기 전 미련없이 다녀오자 미루고 미룬 것들이 여기까지 떠오른다 무척이나 무거운 하루를 달고 올라 어금니 스윽풀고 궁중의 섬이 된다 삶에서 손해는 없다 서운하고 아쉬울 뿐
-계간 『시조시학』 2013년 겨울호 신인상 등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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