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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재학 시인 / 어머니 노래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1. 7.
문재학 시인 / 어머니 노래

문재학 시인 / 어머니 노래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육이오 동란(動亂)이후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가파른 고개 길. 춘궁기

 

허기로 허덕이는 어린자식들을 위해

산야를 헤매시면서

나물채취랑. 송기(松肌)를 벗기시며

정성을 다하시던 그 모습

두 줄기 눈물 속에 아려오고

 

긴긴 봄날

기나긴 밭이랑에 김을 매시던

하얀 머릿수건의 그 모습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미어옵니다.

 

여름날밤

푸른 별 찾아들면

부챗살로 모기를 쫓던

달콤한 어머니 품속. 그 향기

포근한 온기로 전해옵니다.

 

기다림에 지쳐

초가집 호롱불 켜는 시간이면

어스름 산그늘 어둠을 밟고 오시던

하얀 고무신

 

동지섣달 긴긴밤에

달그락달그락

문래를 돌리시며

새우잠으로 동녘을 밝히시던 어머니

 

시냇가 빨래터

방망이소리에 어린모습도

한없이 그립습니다.

 

무쇠 솥 여닫는 소리

메케한 연기 속에

정지(부엌)문을 나서는

하얀 행주치마의 환한 미소

 

동구 밖에

서성이시던

애틋한 전송

눈물의 그림자

 

돌아서면

환하게 반겨주실 어머니

 

꿈엔들 잊을 수 있으랴

 

생각하면

마디마디

가슴조이며 타오르는 그리움

강물 되어 흐른다.

 

하나같이 삶이 힘든 시절에

천지간(天地間)에

이런 무한(無限)의

지극사랑 어디 있을까.

 

눈만 뜨면

오직 자식 걱정만 하시는

오 ! 어머님이시여.

 

 


 

 

문재학 시인 / 독도(獨島)

 

 

동해(바다)의 중심(中心)

망망대해(茫茫大海)를 홀로 지키는

그 이름도 외로운 독도

 

억겁(億劫)의 풍상(風霜)

세월의 흔적으로 빚은

기기묘묘(奇奇妙妙)한 경관에

상서(祥瑞)로운 기운이 감돌고.

 

탐방객 탄성의 발길마다

벅찬 환희가 샘솟는다.

 

사랑스러운 독도

대한(大韓)의 첫 아침을 밝히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붉은 가슴도

 

동도(東島)와 서도(西島) 쌍봉의 꽃

경이로운 풍광에 숨을 죽이고

 

철썩철썩

만고에 변함없는 자연의 깊은 숨소리에

감흥은

끊임없이 하얀 포말을 이룬다.

 

볼수록 정감어린 신비의 섬 독도

 

영토의 지킴이로

민족의 자긍심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숨 쉬리라

 

 


 

 

문재학 시인 / 현충일을 맞아

유월의 훈풍이 일면

더욱 생각난다.

 

짙푸른 녹음위로

이는

충혼의 물결

 

조국에 바친

못다 피운 젊음의 꽃

 

거룩한

불멸의 호국 정신

삼가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호국의 영령이시여

임들이 지켰기에

 

조국의 산하는

폐허의 잿더미에서

번영의 불꽃을 피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 거두시고

편안히 영면 하시옵소서.

 

 


 

 

문재학 시인 / 식욕(食慾)

 

 

식단(食單)의 물결 따라

생존의 군침

얼마나 흘렸던가.

 

맛의 향기에 홀린

기갈(飢渴) 귀신 탓인가.

 

때론

눈을 부라리며

체면을 버린 지 오래다.

 

허겁지겁

수저장단 춤에

샘솟는 희열(喜悅)

 

포만감(飽滿感)에 한숨 돌리니

사는 맛이 여기에 있네.

 

고귀한

생명의 불꽃을 피우는

원천(源泉)이기에

 

삶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달콤한 너의 향기를 향유(享有) 하노라

두고두고

 

 


 

 

문재학 시인 / 벚꽃의 향연

 

 

연분홍 꽃구름을 타고

절정으로 피어오르는 봄의 정기

눈을 뜨는 행복한 마음은

풍성한 봄의 숨결에 녹아내리고

 

밝은 햇살에 펼쳐지는

황홀한 품속

자연의 신비로움이

감미로운 환희로 무르익었다

 

곱디고운 순결로 일렁이는

눈부신 자태에

설레임에 취한 춘심은

가벼운 흥분으로 넘쳐흐르고

 

싱그러운 꽃송이 송이마다

무지개 꿈을 꾸던

잊지 못할 향기로운 추억

알알이 수놓았던 행복들이

비단길 봄바람에 쏟아지고 있었다

 

 


 

 

문재학 시인 / 월출산

 

 

남녘땅 소백산 끝자락

석화의 꽃을 피웠네.

풍요로운 영암들에

 

지상의 기운을

분화처럼 내뿜는

월출산(月出山) 천황봉(天皇峯)

 

굽어보는 자락마다

장군봉. 사자봉. 구정봉. 향로봉

앞 다투어 자리 잡아

 

기암괴석의 조형물을

급경사에 빚어내어

 

수많은 탐방객의

탄성의 발길 붙잡고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기기묘묘한 비경이 손짓한다.

 

기나긴 계곡 따라

암반위의 옥수물소리

시원한 바람소리 머무는 곳에

 

역사의 향기 가득한

천연고찰 도갑사(道岬寺)를 품에 안고

 

 


 

 

문재학 시인 / 가우라(GAURA)꽃

 

 

이른 봄

동토(凍土)를 뚫고 솟아 오른

자색(紫色)의 신비로운 새싹들

유혹(誘惑)의 숨결이 감미롭고

 

그 이름도 생소한

춤추는 나비. 나비바늘꽃

가냘픈 줄기를 타고 피어오른다.

 

기나긴 여름날에는

끈기로 피우는 고운자태로

무더위를 씻어 내리는

환희(歡喜)의 창을 밝히고

 

실바람이 불때마다

나풀나풀.

앙증맞은 교태(嬌態)

나비 떼의 군무(群舞)가 눈부시어라.

 

영하(零下)의 기온에도 굴하지 않고

강인한 생명력에 알알이 묻어나는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는 꽃말이

이채(異彩)롭기만 하네.

 

 


 

문재학 시인(소산)

1945년 경남 합천 출생. 건국대 졸업. 공무원으로 정년퇴임(전 율곡면장). 녹조근정훈장(제29569호). 퇴임 후부터는 문학활동에 매진하여, <한맥문학>으로 시 등단, <동방문학>에서 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서정문인협회 이사. 시집: <삶의 풍경> <빛의 그림자> <마음의 창을 열며> 등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