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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영연 시인 / 중언부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8.
신영연 시인 / 중언부언

신영연 시인 / 중언부언

 

 

목소리가 크다고 옳은 것은 아니다

 

바른 말이 줄곧 느린 것도 아니라면

 

초점을 맞춘 경청은 긍정인가

 

헤프게 웃어준다면 편이 갈리는가

 

어깨를 넘는 시선은 모두 소음이다

 

표정마저 잃은 얼굴은 자격미달이다

 

 


 

 

신영연 시인 / 순자씨의 일기

어려서는 까막 고무신 양손에 들고

산으로 들로 안부처럼 나부꼈네

열여섯에 꽃가마 타고 온 이 세상에서

나는 꼭 필요한 존재였네

치매걸린 시할머님 나를 언니라 뜨르시고

반신마비 시아버님 병수발 10년 동안

밤으로 새벽으로 논밭을 늘려갔네

큰아들 대학갈 때 닷마지기 팔아먹고

작은아들 재수할 때 스마지기 팔아먹고

느그들만 잘 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지

장가들어 직장가니 손자 손녀 돌봐 주다

내 나이 팔십줄에 허리가 휘청하네

사람소리 없는 집에 전화벨이 울리면

신발도 못벗은 채 수화기를 집어드네

여행을 가얀다고 강아지를 돌봐달라는

아들의 살가운 목소리

나는 아무래도 좋다네

고것을 돌보는 날에는 전화벨이 불이 난다네

끼니는 챙겼는지

산책길에 무서워는 안했는지

간식은 먹였는지

집안 온도는 잘 맞췄는지

잘 때 음악은 틀어줬는지

그렇게 찬찬한 사람이였구나

내 아들의 진면모를 새록새록 알게 되네

허허

살다가도 모를 것이 애미의 맘이라네

​​

-반연간 『작가마당』 (2023년 상반기)

 

 


 

신영연 시인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2008년 계간 《시에》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안녕이 저만치 걸어가네』 『바위눈』이 있음. 한남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현재 한남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