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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동남 시인 / 푸른 물고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8.
박동남 시인 / 푸른 물고기

박동남 시인 / 푸른 물고기

 

 

총알처럼 빠르다

검은 승용차가 도로 난간을 부수고 튕겨 나가 추락

(우로 굽은 길입니다. 속도를 줄…)

고요한 강물이 느닷없이 뛰어드는 외부 힘을

순식간에 삼키는 바람에

강이 잠시 뱃속을 뒤집는다

시치미 떼는 강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부서진 것은 사고의 흔적

발견은 단서의 밑거름이다

 

크레인 줄에 매달려 물을 게우며 올라오는 차량

추락이 길수록 가속이 가중되어 사고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을 차량의 상태에서 발견한다

 

운전석에 끼어 복어가 된 그는

부력이 차를 감당하여 떠오르기에는 역부족

그가 해부 되고 사인이 밝혀진다

술이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여 사람을 잡았다

 

 


 

 

박동남 시인 / 황혼의 계절에

 

 

가을이 익는다

초록이 익는 계절은

차다

뜨겁다

극과 극이 대립한다

떫고 신 생각이 달게 숙성한다

밭이 익어가고 담장이 익고 텃밭이 익고 들판이 익는다

 

그 길은 어진 길

빛에 물들고 바람에 옷을 벗는다

서릿발이 호통 치는 넓어지는 길이다

사라지고 알몸만 남고, 씨만 남는 길이다

순환의 고리를 따라가는 길이다

 

그 길은

원색들이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이다

코스모스가 먼저 와서 몸 흔들며 웃다가

국화 향기에 취해

겨울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다

 

 


 

박동남 시인

전남 광산 출생. <한국문인> 신인상. 빛 소리 문학회 동인.  2006년 경암 백일장 입상. 2008년 《다시 올 문학》으로 등단. 시집 『볼트와 너트』. 현재 〈우리시〉 홍보부장. 국제 팬클럽 회원. 주요작품: <동백꽃지다> <빈집에 관한 보고서> <양변기 편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