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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숙 시인 / 붉은 잔상殘像
눈에 밟힌다는 것 칸나의 꽃잎 떨어진 자리가 눈에 밟힌다는 것은
밤이면 붉어지던 칸나의 이명이 내 귀로 옮아온다는 기억의 끈을 그에게 묶어 타원형 궤도 따라 비행한다는 꽃잎이 은밀한 슬픔의 방향으로부터 차례차례 떨어진다는 물먹은 한지만큼 차고 투명한 그리움을 키운다는 말
눈에 밟힌다는 것은 얼음 박힌 보리밭 밟아주듯 구멍 숭숭한 마음 밟아주는 일 밟으면 울컥 일어나 출렁이는 정직한 풀밭 그와의 사이에 흐르는 강물의 민낯을 쓰다듬는 방식 쓸쓸하고 배고픈 노래 이 모두에게 읍소하는 일
배정숙 시인 / 시험 보는 날
엄니는 아무 말씀을 안 하시며 등 한번 토닥토닥
내 맘이 생각이 많아질세라 다른 생각 들세라
말 대신에 토닥여 주시는 엄니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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