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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협 시인 / 휘파람새
손금에 새겨진 갱도, 부풀어 올랐다 덧문 그을리던 줄담배 연기는 파랬다
곡괭이 소리에 짙어가던 그 뻐근한 살점들 막장을 빠져나온 검은 입 꼬리, 먹먹한 귓밥 강냉이알 같은 앙금으로 불콰해진 탄부들 배가 불러와
꿈의 고리는 더 없이 참혹하고, 황폐해 시간은 절대 죽지 않아 막장은 둥글지도 않아 무말랭이처럼 꼬들꼬들한 한 끼의 환청
무지막지하게 쓸어 담던 검은 돈 다발 삐죽한 푸념을 목에 두른 떠돌이 부호들 낡은 폐광을 추앙하는 겨울 휘파람새
공치는 날, 하얀 침상에 위리안치된 전사들 흠모하던 하늘 한 모서리에 갇혀버린 절해고도 어느 서가에 꽂혀 푸릇한 짐승이 된 흑백
이현협 시인 / 거푸집은 수리중
목수의 집을 지나 절벽을 건너온 바람이 지층에 내려앉는 시간들, 닫힌 귀 사이로 하늘을 열어 청보릿빛 생에 파편을 불러 모아 거푸집을 세웠지 한없이 미끄러지며 추락하는 한 폭의 조등은 장송곡을 읊조리다 잠들었어 무상한 호(淏)자박일 때 묵빛 갯물살을 밀치는 소리는 견딜 수 없는 구토처럼 이곳저곳에 흔적으로 부서지고 단 하나의 사실은 매일 매일 상처로 죽어간다는 것 정체불명의 시체는 노점 생선가게 좌판에 두 눈 뜬 채 널브러져 있었어 반짝이는 은비늘을 꼿꼿이 세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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