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홍관희 시인 / 그리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10.
홍관희 시인 / 그리움

홍관희 시인 / 그리움

 

 

부르기만 하고 더는 오지 않는 임아

기다리다 지친 내가 가리니

어둠 눕히며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

들리거든 오지 않는 너도 오너라

그리움 때문에 아직껏 살아있다는 거

백번 만번 이 땅에 얼굴 부비면

여기서 거까지는 얼마나 되느냐

세상천지 숨소리 펄펄 넘칠 때

넘실넘실 달려 오라

살아서, 산 사람이 되어서

파도처럼 부서지며 오라 손짓하는

잘린 세월 팍팍 타도록 그리운 임아

너로 하여 들어선 외로운 이 벌판

너는 아득히 깃발로 서서

오늘도 내일도 나부끼고만 있으려느냐

나보다 먼저 네가 살기 위해

너보다 먼저 우리가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맨살의 부끄럼으로

칼바람 부는 길에서 넘어져

웃노라.

 

-홍처연 첫시집 『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에서

 

 


 

 

홍관희 시인 / 멀리 있는 그대여

 

 

행여

그대 홀로 이 세상에 서있다고 생각하거든

행여

그대 홀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함께 어린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밥그릇 속의 밥알 하나

저 홀로 우리의 양식이 될 수 없고

사랑하는 대상도 없이

저 홀로 아름다운 사람 있을 수 없듯

그대의 꿈이 뿌리 뻗은 이 세상에

저 홀로 반짝이며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나니.

 

 


 

홍관희 시인

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필명: 홍처연).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 『홀로 무엇을 하리』.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현재 KT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