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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시인 / 피싱 사랑
당신의 모든 희망이 이체되어 버린 날
절망도 없으니 모든 것이 공백으로 연체되고 그렇다 주문한 어제가 세트로 내일이 결제되었다가 구매한 적도 없는 현재를 아무 걱정 없는 잔고처럼 들어주는 친구를 믿고 만 거야
깊이 더 깊이 무너져버린 은밀한 속삭임에 빨려 들어가 버린 질문 홀린 듯 빨려들어 유출된 내 껍질로 바닥까지 끌어당긴 덫에 걸려 악성 코드처럼 네 숨이 내 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원한대로 떠나 버린 아무것도 만질 수 없어 실감한 관계 속 원격으로 조종하던 채널마저 사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이 없으니 중력도 없는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추락
아침에 눈을 뜨고 흘러들어온 하늘을 보던 우정도 먹구름처럼 퉁퉁 불고 있다
김윤식 시인 / 연쇄 발화 꽃
누가 장마 전선에 불을 또 지피고 있는가
열린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온 여름 탁자 위에 놓인 뜨거운 기회를 엿보던 흔들리는 양초만이 알고 있다
어둠을 참지 못하고 연기를 마신 불 안의 불 불 밖의 불안 불안 속으로 숨통을 틀어막고서 뛰어들고 타는 냄새까지 말라버린 그림자 기다리던 환상통을 지난다
뒤집힌 광기에 폭죽처럼 터지는 꽃가루들 태우고 남은 공포의 매캐한 웃음 사이로 태어난 피조물도 그 장소 거기에 또 와 보고 기웃거리는 재만 남은 꽃이 연쇄로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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