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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국 시인 / 점촌역
가야 할 곳이 있다.
철로를 달렸던 건 기차와 석탄이 아니라 숨가쁘게 살아 온 사람들이었던 과일 가득담은 가방의 자크를 연신 열고 닫아 보듯 마음 설레던 점촌역
멀리 남으로 북으로 떠났던, 또 거기서 몰려왔던 사람들 누군가의 청춘이, 일생이 쓰러지고 일어서던 기차는, 뒤돌아 볼 수 없어 쉬었다 간다 두 눈 속에 석탄 빛 불꽃이 일었던 가슴속 광부여 농부여, 상처받았지만 병들지 않아 떠나는 자가 입술 깨무는 곳
먼 데를 떠돌던 기차여
지금은, 영강 마주 안고 돈달산 어깨위에 동이 틀 무렵 기적 울지 않아도 네가 온 줄 알겠다
네 환한 이마가 우리의 꿈인줄 알겠다
-시집 『나비의 방』 中에서, 지혜. 2016년.
엄재국 시인 / 장사의 노래 40
손님을 가게로 질질 끌고 오듯 상가의 어둠은 온다 시장 사람들의 저녁이 장바구니에 실려 온다 진열대에 몸 무성한 상품들, 손님이 온다면 내 눈빛이 상품에 싹으로 돋을 것이다 활짝 열리는 가게 문이 목구멍의 꽃으로 필 것이다 드문드문 빈 가게 용케 문 열고 있는 상가의 빛 채우지도 못한 반쯤 비어 있는 진열대 눈빛 마추치기 주저하는 아내의 손가락이 가게 어디 한 곳 짚을 데가 없어 손님이 상인의 멱살을 잡고 있는 또 오늘의 저녁 바람은 불고, 늦은 눈발이 손님으로 오려나 단 한 마리 팔기위해 동태 온 짝을 패대기치는 어물전 장씨의 눈빛 땅으로 흩어질 것 같은 이마의 주름 쇳소리의 겨울 희미한 불빛의 건물이 달을 막고 있어 어둠인지 별빛인지 먼 곳의 백열등 오지 않았거나 지나간 손님의 발자국 소리 저벅저벅 이명으로 들리는 모퉁이 눈빛들이 홀로들 돌아서는 아침부터 파장인 작은 도시 더 물러 설 곳 없는 낭떠러지 골목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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