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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미나 시인 / 오후 세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12.
신미나 시인 / 오후 세시

신미나 시인 / 오후 세시

 

 

​쟁반에 무당벌레가

날아들었다

 

갸웃거리는 더듬이의 궁리

시고 붉은 향로를 따라

 

보라, 이 고요한 집중을

무당벌레는

자신의 무늬를 조롱하지 않고

앞으로 간다

골똘히 간다

 

과도를 세워

무당벌레를 막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뒤에서 앞으로

일어서는 벽

물러서지 않는 벽

 

그는 잠시 멈춘다

불행을 희롱하는 신을 마주친 듯이

깊고 작은 숨을 고른다

 

실밥처럼 가는 다리

저 등에 수수 한알도

버거울 것이다

 

무당벌레가 간다

금방 뒤집혀버릴

불안마저 데리고 간다

방향이 의지가 된다

 

 


 

 

신미나 시인 / 인간 이외의 괴(怪)

불이 훑고 간 궁궐, 물웅덩이에 비친 것을 보아라

불은 활이고 불은 외우지 않고 불은 진행해

몸통 속으로 판 다리가 들어가는 이것은 무엇인가

불은 표정으로 말하고 합창하며 즐거움을 흉내 내

불붙은 버드나무가 넘어간다 쓰러진다

불은 겁먹은 장미를 먹고 검정을 뱉고 속죄하지 않는 소문

귀에 수은을 부은 듯 무더운 목소리, 달아나라

불은 목단을 삼키고 불은 뱉고, 튀고, 날아가며 광활한 끝

도망쳐! 발목을 낚아채는 너로부터

불은 화해가 없고 불은 불현듯 높이 폭로해

한번 섰던 팽이는 쓰러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불은 깨운다 아직 오지 않은 잠을, 눈 뜨게 하려고

귀만 남았다 다 먹고 귀만 남았다

불은 된다는 것, 저지르고야 마는, 모든 이별의 세계

해체된다 섞고 뭉개지고 녹아서 새로 돌아온다

뜨거운 기와지붕을 등으로 기어간다

지금 막 태어난 생물 같은 감정이

 

 


 

신미나 시인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강릉원주대학교 국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졸업.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부레옥잠'으로 시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싱고’라는 이름의 웹툰작가로도 활동.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시툰 『詩누이』 『안녕, 해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