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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시인 / 주름의 힘
광주리에 담긴 사과 새들새들 곯았다 더 작아져 쪼글쪼글해진 사과는 굳은살처럼 각질이 두터워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쪼글쪼글해진다는 것은 팽팽히 잡고 있던 끈 놓치지 않고 더 깊어져 제 속으로 들어가 밑바닥에 닿아 보겠다는 것 아닌가
사람도 오래되면 내장에 구김이 지고 눈동자에도 주름이 잡힌다지 그 주름의 힘으로 비록 말라비틀어져도 더 깊이 생의 바닥에 닿을 수 있다지 새금새금 단내를 짙게 풍긴다지
박지영 시인 / 간절함은 늙지 않는다
노숙을 하고 막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머리가 삐죽 솟아 있다 빵에 눈이 꽂혀 있다 간절한 눈빛에 이끌려 동전 몇 개 쥐어 주었다. 노인의 얼굴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빵이 아니라 따뜻한 커피를 사 들고 간다 손을 흔들며 뭐라 뭐라 하면서
-시집 <간절함은 늙지 않는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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