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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시인 / 상사화
상사들이 뭉쳐 있네 그런 상사 몇 뿌리
잘라 왔네 무슨 꽃이든 찻 해는 머뭇대네
땅은 차가운 눈빛을 가졌지
뿌리들은 죽을 힘을 다해 땅속 머리까지
잔물결 치네 푸른 잎들을 지키지 못해
그 자리에 제 혀를 심네 뒤엉킴이 있었네
한참 후에 무자비한 장미 막간에 그를 향해
돌출하는 수십개의 꽃대인 나를 보네
오랫동안 상사한 담홍색의 내 혀들,
꽃과 잎이 등져 서로 바라볼 수 없는
피폐한 邑에서 나의 몫은 살아 있는 것뿐
상사는 블랙홀인 것을, 중력이 무한대인
빛도 빠져나올 수 없어 통신도 전혀 안 되네
그곳에서 나는 밝으며 작은 흰색별 되어
끝을 맺으려 하네
안정옥 시인 / 저무는 도시에 어울릴만한
이른 겨울의 5시 반쯤은 어둠과 덜 어둠의 전환 어둠은 덜 어둠이 뿜어내는 환상이다 창문을 통해 내다본, 밖이란 삶 덩어리 저무는 도시처럼 사람들도 저물어가는 장면이다 걸어가는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그 외 사람들
그렇게 막 사라진 거리는 영화의 첫 장면 첫 장면은 거의 함정이다 그 장면을 놓치면 감독이 깔아놓은 유리다리를 건너가지 못한다 한 번 지나간 사람을 되돌려 올 수 없듯이 그러니 숨죽이며 들여다볼 수밖에
암시의, 첫 장면에서 대부분은 결정이 난다 오래 견딘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있듯 셀레니케레우스를 막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너를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늦게 왔나 삶이 분명해지려는데, 손에 잡힐 것도 같은데
영화는 종반을 향해 가는데 앞으로 돌릴 수 없다 1년에 단 하루 밤, 보름달에 핀다는 그 꽃, 처음으로 너를 이제 알아내기 시작 했는데 저무는 도시처럼 우리 모두는 전환되고 있다 관람석에 앉아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여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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