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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한옥 시인 / 아버지의 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1.
손한옥 시인 / 아버지의 집

손한옥 시인 / 아버지의 집

 

 

1

얀 건물이 가까워질수록

쿵쿵 소리를 내던 가슴

몹쓸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유리로 된 현관문을 열었다

박제된 올빼미 한 쌍이 내 눈을 쏘아보며

교활한 껍질에 쌓인 마음을 뚫고,

어두운 모서리에는 예리한 부리를 세운 독수리

내 심장을 향해

사나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2

면회실 벽은 하얗다

면회는 우리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내려오셨다

다른 노인이 느낄 소외감 탓이란다

사람이 사람을 지키는 집

추락한 세상은 돈으로 도덕을 팽개치는데

돈으로 도덕을 사서 사람을 사랑하는 여기,

 

3

찝찔한 눈물 배인 호도과자

빈 동굴 같은 입 속에 넣을 때 마다

손끝에 묻히던 아버지의 따스한 타액

새까맣고 쪼그라진 가슴을 쓸어 내리는 내 손을 잡고

아이처럼 흔들던 손

박제된 새처럼 메말랐다

누구인가?

응시하던 그 퀭한 눈빛이

나의 무게를 휘청거리게 한 순간

일제히 날아오르던 날짐승 소리

내 정수리를 찢을 때

날개를 퍼득이며 나는 부끄러운 피 흘린다

 

 


 

 

손한옥 시인 / 밤에게 들킨 위선

 

 

1

꽃도 아닌 것이

꽃처럼 피어있는 신냉이 꽃

닮았다 위선

 

내 손으로 하는 일의

인내가 처절하게 반듯하다

검은 오장 속은 욕설과 원성 난무한데

기막히게 숨겨도

간파하는 선구자는 슬픈 나의 오만을

용서하고 오체투지 해야 한다

굶어 죽어도 배불러 터져죽었다 여기는 말에 내가 나를 경배하는 밤

갓 죽어도 어제 죽은 듯 누워있을 깜쪽같은 밤

내일은 착해보자

물 한 컵도 공손하게 내려놓자 마음 먹는 밤

 

2

요란하게 코고는 소리 그치더니

잠 속에서도 긴 한숨 소리 난다

불을 밝히고 그를 내려다 본다

더러븐 세상

어떤 놈 비위를 맞추고 있나

몇 가닥 남은 머리카락들 식은 땀에 젖어있다

살이 넓은 부채로 펄럭펄럭 부쳐 준다

구부린 저 등에 매달린 눈, 눈, 눈

보이는 것마다 아프다

왜곡된 쥐들이 밤마다 달라 붙는 내 다리도

 

3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위선처럼 차다

차단 말도 삼가 하자

새벽은 세시 오십 분

아들은 처처시불의 막사에서

거룩하신 시님과 절 절 절하며 절을 지키는데

내일 아침엔 순해지자

이 말도 하지 말고 온전하게,

모르는 척 순해지자

 

 


 

손한옥 시인

경남 밀양 출생.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2006년 『한국미소문학』으로 동시 등단. 시집 『목화꽃 위에 지던 꽃』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 『13월 바람』 『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얼음 강을 건너온 미나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