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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함민복 시인 / 감촉여행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1.
함민복 시인 / 감촉여행

함민복 시인 / 감촉여행

 

 

도시는 딱딱하다

점점 더 딱딱해진다

뜨거워진다

 

땅 아래서

딱딱한 것을 깨오고

뜨거운 것을 깨와

도시는 살아간다

 

딱딱한 것들을 부수고

더운 곳에 물을 대며

살아가던 농촌에도

딱딱한 건물들이 들어선다

 

뭐 좀 말랑말랑한 게 없을까

 

길이 길을 넘어가는 육교 바닥도

척척 접히는 계단 길 에스컬레이터도

아파트 난간도, 버스 손잡이도, 컴퓨터 자판도

빵을 찍는 포크처럼 딱딱하다

 

메주 띄울 못 하나 막을 수 없는

쇠기둥 콘크리트 벽안에서

딱딱하고 뜨거워지는 공기를

사람들이 가쁜 호흡으로 주무르고 있다

 

 


 

 

함민복 시인 / 원圓을 태우며

 

 

불타는 나무토막이

불꽃으로

푸르던 시절 제 모습을 그려 본다

불꽃으로

뿌리내렸던 산세를 떠올려 본다

 

살며 쪼였던 태양빛을 토하며

조밀한 음반

기억의 춤 나이테를 푼다

 

새의 날갯짓 활활

눈비바람 꺼내 불바람

흔들림에 대한 기억으로 흔들리며

불꽃은 타오른다

 

출렁출렁

빛 그림자

달빛도 풀린다

 

젖은 나무는

연기도 피워 보지만

 

재가

가볍다

 

 


 

함민복 시인

1962년 충북 중원군 출생.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 경북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 2학년 때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말랑말랑한 힘>. 2011 제비꽃 서민시인상 수상 외 오늘의 예술가상 수상. 제 24회 김수영 문학상. 제7회 박용래문학상. 제2회 애지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