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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상관 시인 / 꿈의 배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1.
장상관 시인 / 꿈의 배후

장상관 시인 / 꿈의 배후

 

 

거울 속은 바다를 건너왔을까

파도가 널브러진 이불 위에 누군가 누워 있고

비쳐야 할 나는 투명하다

손바닥으로 닦는데 손바닥도 안 보인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보이지 않는다

불안이 홀로 편안하게 번진다

세간이 일순 낯설다

아주 서서히 주위를 살핀다

티브이는 골목이 목격한 사건을 탐문하고

전기밥솥은 이십팔 시간을 깜박인다

저 뉴스도 언젠가 봤다

누구인가, 꼼짝도 않던 중년의 사내

입맛을 다시는 저 꿈 밖에는

성찬을 차린 저녁이 별을 매달고 있을까

가끔 중얼거리며 뒤챈다

거울이 침대가 나를 뱉어버리듯

매일 편집 당하는 몸

탈고가 없는 꿈을 세차게 흔든다

 

 


 

 

장상관 시인 / 청춘은 꽃물결 속으로

 

 

파도를 칭칭 감은 뱃사람들 틈에 서면

나는 고작 사소한 물결이었다

샛별을 품은 가슴에 굼실굼실 들이치며

벅차오르던 일출도 잠시였다

출항을 거듭할수록 그물에 엉키는 불면증

이게 아니다 허기진 어망 끌다

악몽 속에서도 눈 부라리며 깁던 만선기

어루만지다 갈가리 찢던 그가

훌쩍 꽃물결 속으로 뛰어들어버렸다

심장이 멎고 말문이 막혔다

눈먼 의식이 물거품 게우며 뒹굴었다

침묵 사이 세찬 파도가 엎어지고

삐 꺽, 배는 비명을 질렀다

환장할 꽃 파도에 달도 뛰어들어

비루먹은 비늘 극렬히 흔들어 씻는 저

파열하는 물결 속에 내던진 몸

심해어 아가미를 허파꽈리에 이식하고

끓는 피톨을 식히고 있을 패자

오대양을 통째로 들이마시고 싶었던

내 젊은 피 한 번쯤 끓여준 형

바다는 몸부림치는데 그는 기별 없다

 

 


 

장상관 시인

1957년 경남 창녕 출생. 부산 동의공업전문대학 졸업. 2008년 《문학 · 선 》을 통해 등단.  현재 시산맥 시회 회원, 영남시 동인, 시와문학 동인, 시나위 문학 동인. 울산 작가회의 회원.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근무. 변방동인으로 활동. 시집 『결』(시산맥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