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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시인 / 벌의 진화사
꿀벌들의 조상은 고독한 말벌이었다고 한다 혼자서 여행하고 사냥했다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별을 보며 낙낙했다 고독도 씹으면 달콤했을까
고독할 자신 없는 말벌들이 모여서 꿀벌이 되었다 일벌은 일만 하다가 여왕벌은 알만 낳다가 죽지만 밀납 방에 외로움 스밀 틈 없다 꿀도 진하면 소태 같았을까
어떤 생이 벌과 가까웠을까 어떤 생이 별과 가까웠을까
-시집 <여우난골>에서
반칠환 시인 / 노스트라다무스의 별
한때 이 별은 소리의 창고였지 곳간 그득 쟁쟁한 소리들이 넘쳐흐르던 소리의 왕국이었네 살아있는 모두가 악기였던 이곳 백성들이 왜 소리를 잃고 사라졌는지 몰라 쉰 목소리로 불러보지만 아무도 대답 없네 뻘흙에 묻힌 피리처럼, 물속에 잠긴 나팔처럼 잠깐, 이 별을 망태에 담기 전에 귀를 기울여야 해 혹시라도 작은 풀무치 하나, 휘파람새 하나 풀잎 하나의 떨림이라도 남아 있으면 큰일이니까 그렇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네 연인을 부르던 떨리는 음성 짝짓기철 들씨근한 수소의 콧김 아이를 재우는 자장가 소리 봄나무들 팔뚝 그득한 물소리 아무것도 이제는 없네 마지막까지 살아있던 메아리는 누구의 울음이었을까 나는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 두드려 봐도 소리가 나지 않는 이 별을 건지려네 이제 누군가 이 별로 오는 이정표를 지워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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