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신선 시인 / 겨울
언덕 너머 개울에서 헤어지는구나 겨울이여 그 동안 이 촌락에 와서 한가한 적막이 되어 그 큰 덩치로 떠 잇던 겨울이여 떠서는 잡념도 내게 보내주고 잡소리도 세상에서 움켜다가 저 산곡에 쥐어주더니 한동안의 정의(情誼)도 다 작파하고 개울에 와서 훌훌이 헤어지는구나
홍신선 시인 / 겨울 들길에서
겨울들길, 시린 듯 따뜻한 하늘 한 자락 끌어다 홑겹의 비닐 바람막이로 치고는 힘줄 불거진 앙상한 손가락으로 지나가는 늙은 시간이
무시로 쓰다듬던 것. 赤銅色 휑한 찔레덤불 속에 오그라든 불알쪽만한 손때에 길든 반들거리는 바알간 열매 서너 알.
그렇다 어느 논물꼬 혹은 여울에서 암몸과 숫몸을 빈틈없이 꽉 짜맞춘 그 깊은 속에서 사소한 균열이 되어 부시시부시시 비집고 나오는 가는 물 몇 방울.
아직도 내 부를 노래 겨울의 저편에 이 세기의 끝에 그렇게 선명히 남아 있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리호 시인 / 건조한 악기 외 1편 (0) | 2026.02.22 |
|---|---|
| 김수우 시인 / 깊은 눈 외 1편 (0) | 2026.02.22 |
| 이잠 시인 / 접사(接寫) 외 1편 (0) | 2026.02.22 |
| 정채원 시인 / 공무도하記 외 1편 (0) | 2026.02.22 |
| 손한옥 시인 / 아버지의 집 외 1편 (0) | 2026.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