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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정임 시인 / 2월의 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3.
김정임 시인 / 2월의 달

김정임 시인 / 2월의 달

 

 

 온다, 온다, 그날에 동그라미 친

 엄마의 달력은 달의 밥상처럼 환했다

 

 하룻밤만 더 자고 가라고 거듭 붙잡았는데

 후회는 아무리 해도 모자라지

 

 뒷산 바위처럼 무거워진 눈꺼풀은 끝내 열리지 않고

 

 마지막 마음 어땠을까

 

 웃음과 기다림도 없이

 

 늙어가는 황매화와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줄

 

 그 긴 날의 외로움을 알았으면서

 담에 또 올게,

 

 그 창가 자리, 흔들리는 당신을 남겨 두고

 

 길 잃은 것처럼 나는 어딜 헤매고 다닌 걸까

 후회는 아무리 해도 모자라지

 

 외로움 다 쏟아내고 더 외로운 하늘에 뜬 달처럼

 2월에 떠나간 달

 

 엄마, 안녕

 

 


 

 

김정임 시인 / 바다로 간 낙타

 

호주 케이블 비치

이십삼 킬로의 길게 연결된 해안

포말이란 흰 검에 수없이 찍힌

영겁의 세월을 산 갯바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그리움을 수놓은 모래톱 위에

사막을 점유해 평생을 살아온 낙타가 줄지어 앉아

커다란 앞니를 좌우 흔들며 쉼 없이 되새김 하고 있다

 

사막의 거친 바람과 모래 위에

쉼 없이 올라오던 빛의 굴절이

낙타의 눈을 멍들게 하고

바다를 흠모하게 했던가

 

결국 낙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두 산의 굽은 등에 사람을 태우고

 

 


 

김정임 시인

1953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간호대학 졸업. 2002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푸른별선인장』 『달빛 문장을 읽다』 『붉은사슴동굴』 『마사의 침묵』. 서울 평화초 교사. 현재 『미네르바』 부주간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