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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 시인(예천) / 조용한 세계
개가 짖는다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보려고 늦은 밤이었다
창문마다 머리통이 나와 어디서 개가 짖는지 찾는다 불빛이 있는 곳은 위험해 창문마다 커튼이 있다
서로를 모르고 지내는 건 얼마나 안전한가
침을 뱉거나 창문을 드르륵 닫을 수 있다 개가 짖지 않는다 개가 어디 있는지 보려고 불을 끈다 그래야 초를 켤 수 있는 것처럼
각자 누워 개를 생각한다 너는 너의 개를 나는 나의 개를 떠올린다
피차, 라는 말은 누구 쪽에 가까운 말일까
팔을 베고 누우면 반대편 팔이 저리는 각자 생각하는 개의 모습은 다르다 머리로 그려보는 것이 개가 된다
보이지 않는 개가 짖는다 보일 때까지 짖는다
-《현대시학》 2018년7. 8월호
임수현 시인(예천) / 어디까지나 기린의 일
기린의 경우가 그래요 이게 다 예민해서 그런가 봐요 목만 늘이며 살아가는 언니가 참 피곤하다 싶어요 그러니까 잠이 잘 깨죠 자면서 울죠 긴 목을 들어올리다 물을 준다는 게 물을 쏟기나 하고 또 긁적이고 있느라 깨어 있는 것 좀 보세요 꿈이 언니를 적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언니는 자꾸만 꿈을 베고 누우려고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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