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제야 시인 / 나의 정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6.
이제야 시인 / 나의 정원

이제야 시인 / 나의 정원

 

 

시든 꽃을 말리는 것이

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 했다

 

시든 꽃에 매일 물을 주었다

다시 피어나지 않을 약속을 알지만

떠나보지 않았다면

꽃은 밤이 슬픔임을 알지 못했을 거야

 

더는 자라나지 않는 감정을

지켜주고 키워주고 보듬는 오늘은 무얼까

 

아끼는 날들에 내일이 없는데

묵묵한 날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

말린꽃은 어제보다 오늘 더 꽃이 아닌 꽃이 되어간다

우리처럼

 

나는 너를 사랑했으므로

오늘도 물을 준다 자라나는 만큼 자라지 않는 것들에게

 

 


 

 

이제야 시인 / 벽에 기댄 화분

 

 

영원할 수 없는 사람은

일몰을 가장 가까이에서 안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내일의 마음에 영원을 두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느 날이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언제나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지

 

사랑하지 않도록 더 깊은 곳으로 가자

영원하지 않은 것들의 약속에게 기대하자

 

달이 뜨는 일이 아침의 날씨를 모르듯

 

벽에 기댄 화분에게도

그림자가 생기는 날처럼

 

-시집 <일종의 마음>에서

 

 


 

이제야 시인

1987년생.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2012년 《애지》로 등단. 산문집 『안녕, 오늘』 『그곳과 사귀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