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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시인 / 쌍궁리 나루
지금도 그곳엔 있을 것이다. 쌍궁리 나루 어머니 눈물로 시집 오시던 걸어 걸어 오십리 내촌 가는 길 어린 누이 손목에 매달려 가끔은 아버지 등에 실려서 걸어걸어 오십리 논두렁길 가을만 뜨겁디 뜨거운 쌍궁리 나루는 하늘보다 멀었다 지심보다 깊었다 뱃줄을 놓치고 누이는 손끝에서 봉숭아 꽃물을 흘렸다 아, 붉은 햇빛은 무겁게 내리고 강심에서 터지던 심장 두어 쪽 돌아와 누이는 어떻게 웃고 있었지 잊혀진 쌍궁리 나루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근방서 시집 온 아내는 신이 나서 우리들의 옛날로 돌아간다 돌아간다 갈 내내 삯 받으러 돌던 나루 영감의 그림자는 지금도 뱃줄 쓰다듬으며 일꾼들 나르며 꿈인 듯 그림인 듯 그렇게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곳엔 쌍궁리 나루
장종권 시인 / 어머니의 몸꽃
어머니는 내게 한번도 생리대를 들킨 적이 없었다 장롱 구석 깊은 곳에 꿈처럼 숨겨진 어머니의 자줏빛 기다란 옥양목 생리대를 끌어내리며 풀풀 나는 어머니의 몸 어딘가에서 피는 꽃인 줄만 알았다 어머니 조금만 떨어져도 헛것이 보이던 유년의 우주에서 그녀보다 더 위대한 신은 도무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나를 유혹하는 숱한 신들은 모두 어머니의 딸이었다 그 어머니의 딸들 다독이며 나는 오늘 역설의 꿈을 꾼다 이별하지 않고도 제 얼굴 전설처럼 볼 수 있다면 이별한 뒤에는 무엇이 될까 두려울 때도 있었다 어머니의 옥양목 생리대는 아직도 시골집 장롱 위에 마른 꽃처럼 금방이라도 부서질 몸짓으로 앉아있는데 나는 그녀의 피로 뼈로 살점으로 이 땅을 기어다니며 피고 지는 꽃밭 사이나 헤집는 꽃뱀이거니 물뱀이거니 진홍으로 함께 물들며 숨이 막혔던 기억에 전율하면서 아직도 저물지 않는 하루해를 몸살하는 핏덩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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