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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시인 / 겨울 운장산
산이 높아 오래 구름에 덮어 있는 겨울 운장산(雲長山)을 간다
애써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산 낮에는 햇살에 녹고 밤에는 찬바람에 어는 거칠고 사나운 겨울 산속을 헤치고 간다
뒤돌아보면 그렇게 저 먼 길을 지나왔다 우리 인생길처럼 드디어 그곳에 올라선다 천지사방 황량하나 더 깊이 있는 겨울 산
끝나지 않은 길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아직은 봄의 소란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오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가슴 떨리는 혁명 보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 내 삶에 스며드는 일상의 황홀을 꿈꾼다
바람 세찬 생소한 겨울 산에 오르는 일은 스스로를 오롯이 내려놓기 위한 것일 터
진안은 마이산, 구봉산, 운장산이 있다 산이 높아 오래 구름에 덮여 있다는 운장산 그 가보지 않은 겨울산을 간다
김완 시인 / 적막에게 묻다
동안거에 들어간 불갑산 아래 겨울 호수에서 보았다 결가부좌로 묵상에 잠겨 있는 눈 덮인 겨울 산 적막을 품고 있는 눈꽃들의 눈부신 화엄華嚴을 보았다
간간이 사선으로 날리던 눈발이 수직으로 내려앉아 형체 없이 스러지는 호수에는 작은 새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지의 생명들 모두 숨죽이며 자발적 위리안치 중이었다
서해 바다로 눈보라가 몰려가는지 중천에 뜬 해가 제 모습을 잃고 비틀거리는 한낮 연사흘 내내 나뭇가지에 쌓인 눈 무게를 못 이겨 적막을 깨운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는 발자국을 따라간다 하늘에서 만들어져 지상에 머물다가 가뭇없이 사라지는 찰나의 생(生) 가여운 눈이여 집에도 길 위에도 나는 없었다
적막이 적막을 물어 나르는 산중에 막막한 생生의 그림자여 중천의 해가 드러났다 사라지는 아득한 그곳에 눈보라 칠 때 외로움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언젠가는 나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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