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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영성의 향기] 성녀 마리아 데 마티아스

by 파스칼바이런 2009. 10. 21.

 

 

[영성의 향기]

 수도회 창설자를 찾아서 / 성녀 마리아 데 마티아스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설립, 사랑 때문에 피 흘리는 삶

 

인간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가장 위대한 표현은 ‘순교’라고 한다. 또한 어떤 이가 순교로써 신앙을 고백했을 때 교회는 이를 피의 세례, 즉 ‘헐세(血洗)’라고 부른다. 이처럼 ‘피’는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위해 결코 한 방울도 헛되이 흘릴 수 없는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목숨과도 같은 사랑을 뜻한다.

 

발레콜사 시장의 딸

 

매 맞고 가시관을 썼을 때, 겟세마니에서 심적 갈등과 고뇌를 겪었을 때, 마침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을 때 쏟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은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지고한 사랑을 웅변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회’를 설립한 복녀 마리아 데 마티아스(1805-1866)는 바로 이 성혈을 공경하고 흠숭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구원 의지에 협력하고자 했다.

 

마리아 데 마티아스는 1805년 2월 4일 이탈리아 발레콜사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장의 딸로 태어났다. 출생한 당일 세례를 받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열심한 기도생활을 했으며 특히 성서를 가까이 접했다.

 

19세기 무질서와 혼란의 소용돌이가 채 가시지 않은 당시 이탈리아에는 가난한 이들, 노인과 어린이, 배울 기회가 없는 부녀자들이 많았고 전쟁의 여파로 정신적인 피폐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곳곳에서 많은 수도회가 생겨났고 성 가스팔 데 부팔로 신부도 1815년 ‘성혈 흠숭 선교회’를 설립했다. 이 가스팔 신부에게서 깊은 감화를 받은 마리아 데 마티아스는 같은 회의 요한 멀리니 신부의 영적 지도를 받아 1834년 성혈 흠숭의 영성을 따르는 여성 공동체인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마리아 데 마티아스는 우선 아쿠토라는 작은 마을에서 가난하고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열었다. 이어 가정생활을 성화하기 위해 기혼 여성을 위한 강좌를 여는 등 부녀자 교육에 헌신했다. 마리아 데 마티아스와 뜻을 같이하는 여성들은 차츰 늘어났고 수녀회는 설립된 지 21년 만인 1855년 교황청의 인준을 받았다. 1866년 8월 20일 로마에서 선종한 그녀는 이런 사랑의 업적을 인정받아 1950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시복됐다.

 

직접 ‘피 흘리는 삶’ 원해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이라는 영예로운 칭호 아래 생활하고 일하는 우리 겸손한 수도회는 그 신성한 사랑의 산 모상이 되도록 우리 자신을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이 신성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성혈은 흘려졌고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성혈은 이 신성한 사랑의 표적이요 표현이며 척도요 보증이십니다.”(1857년 회헌 서문 중)

 

마리아 데 마티아스의 영성은 한마디로 하면 사랑 때문에 흘린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을 흠숭하는 영성이다. 그녀는 그러나 성혈을 단지 공경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소극적 단계에 머물지 않았으며 자신뿐 아니라 모든 이가 그 거룩한 사랑을 닮아가기를 원했다. 적극적인 사랑은 그리스도가 보여준 대로 이웃과 연대하는 삶, 직접 ‘피 흘리는 삶’을 뜻했다.

 

그리스도의 성혈을 흠숭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사랑에 온전히 봉헌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인 그리스도가 고난을 겪고 몸소 피와 땀을 흘린 것은 오로지 인간에 대한 순수하고 지고한 사랑의 행위였다. 즉 “벗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치는 가장 큰 사랑”(요한 25,13 참조)을 보여준 것이었고 따라서 그 고귀한 피에 대한 보답 역시 벗을 위해 제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사랑이어야 했다.

 

하느님 뜻에 신뢰

 

성혈을 흠숭하는 그녀의 영성은 또한 구원과 계약의 영성이다. 인류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흘린 피는 모든 이에게 구원을 가져왔고, 성찬례 때마다 축성되는 피의 잔은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킨 새 계약의 잔임을 기억하게 한다.

 

“우리의 사랑이신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우리의 생명이신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우리의 전부이신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이와 같이 마리아 데 마티아스에게 그리스도의 피는 그리스도의 생명이었고, 그리스도의 사랑이었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드러내는 강력한 표징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창조주와 피조물은 ‘피로 맺어진 관계’가 됐으며, 이 거룩한 피를 생각할 때 하느님의 뜻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솟아올랐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시며 자비하신 하느님의 섭리, 우리를 지금까지 안배해 오셨으며, 현재에도 미래에도 항상 안배하실 것입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신 하느님, 우리의 공동체와 개개인에게 필요한 모든 은혜를 계속 주시리라 믿으며 바라옵니다. 당신의 거룩한 뜻이 모든 것 안에서 이뤄지소서.”(마리아 데 마티아스의 기도문)

 


 

축일  8월20일 성녀 마리아 데 마티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