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덕사에서 “하느님 봤수까?” [힘내라, 강정]
2011년 07월 30일 (토) 10:16:33 오두희 객원기자 .
“하느님 봤수까?” “아직 못 봤수다. ” 구럼비 ‘중덕사’의 아침 인사이다.
구럼비로 들어오는 농로길 끝 바위에 ‘중덕사’란 천막이 하나 있다. 지난겨울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삭풍이 불어치는 겨울 바닷가에서 등산용 작은 텐트를 치고 구럼비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본 주민들이 안쓰러워 설치해 준 천막이다. 양윤모씨는 그곳에 ‘부처’그림을 모셔놓고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지키는 중덕사’ 라 이름 지었다.
그러나 4월 7일 공사 강행하는 해군측과 싸우다 구속됐다. 그러자 고권일 주민대책위원장이 ‘중덕사’를 인수했다. 그도 지난 7월 15일 구속됐다. 그러다 마땅하게 있을 곳이 없던 문정현신부가 방치되어 있던 중덕사를 청소하고 차지했다.
그런 어느 날 문정현신부는 구럼비에 미사하러 온 고병수신부에게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하느님이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고병수신부가 웃으면서 “양윤모씨도 구속전날 “신부님! 이곳에 있으니 하느님이 보입니다” 라고 말하더니 구속됐다“며 ”그 다음 차례는 문신부님이시네요“ 해서 그 날부터 중덕사의 아침인사가 된 연유다.
지난 7월 25일부터 매일 3명의 신부들이 24시간 철야로 중덕사를 지키고 있다. 낮에는 무더위와 땡볕이 내리 쬐는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내고, 밤에는 모기에 시달린다. 현요안 신부(중문성당)는 하루 밤을 자고 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저들은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모자란 머리로 군사작전을 짜고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아무 동요없이 자기들의 일상에 충실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이 사람들을 보면서 어쩌면 무기력, 무저항이 최고의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자유임을 느낄 수 있었다. 김수환추기경님이 박정희정권에 대해 ‘차라리 나를 밟고 가라. 그러나 내 뒤엔 사제가 그리고 그 뒤엔 수도자들이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한재호(서귀복자성당)는 “너무 더워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새벽 물안개를 보면서 묵상을 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 있는 것 하나 만으로도 감사 할 따름이다. 그저 주님께 우리의 부족함을 맡기고 강정을 위해 아이처럼 매달리자. 그리고 그들이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잡혀가고 할 것이다. 다만 연행되어서 신부이기 때문에 제발 특별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고 말한다.
여름 성경학교, 판공 등으로 가장 바쁜 철을 보내고 있는 신부들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강정주민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고 행동에 나선 신부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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