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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전례 상식] 전례음악 (1)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전례 상식] 전례음악 (1)

 

김종수 요한 신부 / 주교회의 사무차장, 본지 주간

 

 

전례거행에서 음악이 갖는 상징성

 

구원과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현재화하는 전례행위를 실현하고 가시화하는 여러 표정(sign)의 하나인 음악을 분석하고, 전체적인 특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례의 표현’인 음악의 역동성

 

전례헌장은 놀랍게도 성음악을 “직무적 의무”(munus ministeriale : 112항)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는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안에서 성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 평가한 결과에서 나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찍이 성 비오 10세 교황은 1903년의 자의교서(Motu proprio) “Tra le sollecitudine”에서 음악을 “겸손한 여종”(umile ancella)이라 불렀다.

 

또 비오 11세는 1928년의 교황령(Constitution Apostolica) “Divini cultus sanctitatem”에서 음악을 “가장 고귀한 여종”(serva nobilissima)이라 정의했으며, 그 뒤를 이어 비오 12세는 1955년 12월 25일 훈령(Instruction) “Musicae sacrae disciplina”에서 음악을 이미 “거룩한 전례의 준봉사자’(sacrae liturgiae quasi administra)라 이름 했다.

 

마지막으로 전례행위를 보조하는 음악이 지니고 있는 적극적 봉사의 측면과 일반신자들이 지니고 있는 세례(일반) 사제직을 수행하는 데에 음악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전례헌장은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의식의 직무적 의무”(112항)라고 말한다.

이 “직무적 의무”라는 정의가 바로, 전례음악을 전체적인 성음악과 구분하는 요소이다.

 

전례음악을 규정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1) 무엇보다 전례음악은 예술적 차원에서 참된 음악이어야 한다.

 

2) 다음으로, 종교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음악의 표현이 사람과 하느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중개할 수 있어야 한다.

 

3) 마지막으로, 음악이 지니는 예술성과 종교성이 전례의 표정과 대화를 표현하는 특별한 맥락 안에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해서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구원-성화라는 전례행위의 총체적 목적에 대응하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 인용된 전례헌장의 표현은 음악이 생동적으로 전례행위 안에 접목되는 세 가지 방식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음악은 더 감미롭게 전례를 표현하고 일치를 도모하며, 거룩한 예식들이 지니는 장엄성을 풍요롭게 하면서 더 밀접히 전례행위에 하나되면 될수록 더욱 거룩하게 될 것이다”(112항).

 

전례음악이 종교적이고 공동체적인 표현이라는 사실에서 ‘진리’(verita)와 ‘점진성’(gradualita), 그리고 ‘창조성’(creativita)이라는 세 가지 법이 전례음악에 적용된다.

이것은 일반적인 종교적 감정이 아니라 예배와 성화의 공동체적인 사건을 “지금 여기에서”(Hic et nunc) 느끼고 사는 특별한 양식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의회 직전의 전례 음악의 경향을 보면, 쇄신을 위한 관심의 주요한 중심은 다양한 은사와 봉사직의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알려진 하느님 백성이라는 회중에 의해 구성된다(교회헌장 7-12항 참조).

 

오늘날 강조되는 사목 전례는 주님의 이름으로 모여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을 강조하고 있다. 회중이 전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조점의 변이들이 일어났다 :

 

a) 환경과 제구로부터 구체적인 회중을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b) 형식과 범례의 표현인 전례서로부터 신자들이 거행하는 전례를 통하여 “지금 여기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만남을 중시한다.

 

c) 이러한 원칙을 음악에 적용시켜 고정되고 일반적인 곡목(repertorio)으로부터 전례적인 ‘진리’와 ‘점진성’ 그리고 ‘창조성’을 존중하면서 온 회중이 알고 있는 성가를 부르도록 한다. 그러므로 성가는 회중에게서 분리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구체적인 회중을 구성하고 있는 일반신자들의 것(회중에 의해 창조되고 바로 그들이 부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례의 흐름에 꼭 맞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지금 거행되고 있는 전례가 실현하고자 하는 신비를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하느님께 대한 자신의 체험을 노래로 표현하라고 부름을 받은 회중의 성숙을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d) 마지막으로 아무 순간이나 또 아무 사람에게나 적합한 평범한 노래로부터 내적으로 전례거행에 연결되고 전례행위의 다양한 봉사자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직무적 기능”(funzione ministeriale)을 수행하는 성가를 불러야 한다.

 

이러한 이해를 가지고 선택하는 성가와 음악은 교회 공동체의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신앙과 사랑 안에서 신자들의 일치를 실현하며 그들 사이의 온갖 분열과 차별을 추방하려는 거룩한 ‘표정’이 된다.

 

“우리의 회중이 자신들의 음성을 함께 융합할 필요를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형제애의 감정을 잃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회중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라는 큰 뜻을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개인주의적인 태도 안에 신앙이 폐쇄되어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바오로 6세는 이러한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 ‘백성이 노래하지 않으면 교회를 잃고, 교회를 잃으면 신앙을 잃는다.’ 또 ‘백성의 노래가 쇠퇴할 때 믿음이 감소한다’”(L. Borello).

 

이러한 이해는 회중에게 그들이 모든 전례거행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곡목(repertorio minimo)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암시한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 공통의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서 최소한 공통의 성가목록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민족이 한자리에 모인 큰 집회나 또는 자신의 출신지에서 멀리 떠나 다른 지역 교회 안에서 전례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에도 전례-음악적 참여를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성가대 등의 조그만 그룹만이 독점적으로 알고 있는 곡목들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것은 성가대와 회중 사이에 하나의 분리를 낳을 수 있다.

이 경우에 성가는 통교의 도구이기보다는 교회 공동체 자체를 갈라놓을 수 있는 장벽이 된다. 전례를 거행하는 순간은 마음과 음성의 일치를 이루어야 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공통곡목은 신앙의 다른 모든 표현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단체와 모든 지역교회를 넘어서 자연과 은총의 풍요를 나누기 위해 보편 교회를 위해서도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다.

그래야 하나의 민족과 국가를 넘어선 보편적인 예배의 집회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찬례의 음악

 

전례개혁은 전례거행 시 다양한 회중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미사 전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의 부가적인 본성을 분명히 한 다음, 사목 전례의 다음 원칙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 성가를 부르지 않는 참된 전례거행은 있을 수 없다.

이 원칙은 전례거행의 구체적인 여러 부분들이 본성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성가도 부르지 않으면서 하느님 백성의 능동적 전례참여는 생각할 수 없다(Musicam sacram, 5항 참조).

 

성체성사 거행 중에 전례음악을 이끄는 지도자는 자신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전례와 음악적인 준비 그리고 회중의 구체적인 가능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전례거행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 전례거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는 전례 거행의 구조를 정확하게 알고, 각 부분들에 적합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해와 통찰력은 지금 거행되고 있는 전례의 신비와 동떨어진 음악을 연주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하며, 회중 전체를 전례거행으로 집중하게 하고 그 안에 젖어들게 한다.

 

 

성체성사 거행 시 전례음악의 종류

 

언제나 지켜져야 할 원칙은 “우리는 미사 중에 노래하지 않고 노래로 미사를 드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가의 가능이 단순한 보충의 것이 아니라 성찬례 거행의 구조적 요소임을 뜻한다. 미사 전체가 성가로 거행되는 것이다.

 

“전례 안에서 성가는 성사적 본성의 표징이다.

전례행위의 고유한 다른 모든 성사적 표징들(말씀, 회중, 동작과 움직임 등)과 함께 성가도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를 통하여 그리스도에 의해 이룩된 구원을 보여주고 이루며 선포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전례성가는 자신의 큰 품위를 얻고, 이를 통해서 전례행위의 완전한 부분이 된다”(A. onisto).

 

그러나 전례가 진행되는 각 순간들과 회중의 표현(음악과 동작 등)은 언제나 완전한 결속과 종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예절의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회중만이 성가, 동작, 행렬 등으로 자신의 신앙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회중이 전례의 각 순간이 지니는 공동체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벙어리 또는 무기력한 타성적인 사람으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자극으로 고무된다고 할지라도 확신이 없으면 행동도 확신dl 없게 된다.

따라서 그가 하고 있는 동작은 그저 형식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경향잡지, 199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