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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주인은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주인은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주인은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마태오복음 21,33-43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 주교좌성당은 바람 잘 날 없는 곳입니다. 한때는 강제로 쫓겨난 철거민의 피난처였고, 민주화를 외치는 장소였으며,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과 쫓기는 이들의 위로처였습니다. 때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명동 주교좌성당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교회의 생명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충남 아산의 학(鶴) 마을에 이런 전설이 전해 온다고 합니다. 옛날 박 생원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죽은 학이 살아나는 것을 목격하고 학의 둥지에서 이상한 돌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중국 상인들이 이 돌을 보고는 놀라면서 일천 금에 사겠다고 약속을 하고 돈을 가지러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박 생원은 횡재하였다고 기뻐하며 그 돌을 제값에 걸맞게 만든답시고 비단 수건에 싸고 흙을 털며 반질반질해지도록 날마다 닦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다음 중국에서 돈을 싣고 돌아온 상인들에게 그동안 잘 닦아서 소중히 보관한 돌을 보란 듯이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크게 낙심하며 말했습니다. “이 돌은 혼을 다시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환혼석이라고 부르는 희귀한 돌이지요. 그런데 당신이 반들반들하게 닦는 사이 돌의 정기가 다 사라지고 말았소. 이제 이 돌은 그냥 평범한 돌일 뿐이오.” 그들은 혀를 차며 돌아갔습니다.

 

교회가 생명을 가지는 것은 번듯한 건물이나 잘 차려입은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힘없고 고통 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교회의 ‘모퉁잇돌’이 될 때입니다. 이런 정신을 잃고 나면 교회는 가진 자들의 향연, 생명 없는 친목 모임이 되고 맙니다. 우리 교회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멋진 건물에 앞서, 정의와 사랑을 위해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신앙인의 정신이어야 합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