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루카복음 11,37-41

 

 

맥스 비어봄(Max Beerbohm)이 쓴 『행복한 위선자』라는 짧은 소설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조지 헬(Hell: 지옥)은 이름자 그대로 부도덕하고 탐욕스럽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가 어느 날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제니 미어’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그러나 방탕하고 흉측한 그의 얼굴로는 그녀의 마음을 끌 수 없었습니다. 그는 사랑에 빠져 그녀를 포기할 수 없게 되자 밀랍으로 성자(聖者)의 마스크를 맞춥니다. 이 마스크는 매우 정교해서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의 본디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마스크를 만들어 준 사람과 마스크 가게에서 나오다 마주친 옛 연인 ‘갬보기’뿐이었습니다. 마침내 조지 헬은 이름도 조지 헤븐(Heaven: 천국)으로 바꾸고 성자의 마스크를 쓰고 사랑하는 제니 미어에게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여 혼인을 합니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혼인 생활 뒤에는 자신의 흉측한 내면, 자신의 과거 모습이 탄로 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그는 성자처럼 자신의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착한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가짜 얼굴과 마주하는 자신의 사랑하는 제인 미어에게 미안함과 무거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정체를 아는 옛 연인 갬보기가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들의 혼인 생활이 행복할수록 질투심에 가득 찬 갬보기는 그들을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행복하게 사는 제인 미어를 만나 남편의 정체를 폭로하며 그녀가 보는 데서 그의 마스크를 벗기고 맙니다. 그런데 마스크가 벗겨진 순간 옛날 흉측했던 조지 헬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고 오히려 그의 얼굴은 성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가면 뒤에서 끊임없이 회개하고 성자의 얼굴을 닮으려고 애써 노력하여 그의 얼굴이 바뀐 것입니다. 성자의 얼굴이 된 그는 이제 자신의 진짜 얼굴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진실한 사랑의 입맞춤을 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누구나 이런 가면을 쓰고 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보이는 가면을 나의 진짜 얼굴로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겉과 속이 다른 나’를 살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약함과 죄스러움을 주님께 고백하고 꾸준히 선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세월과 함께 자신이 쓰고 사는 성자의 얼굴 마스크는 나의 진짜 얼굴이 될 것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