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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아벨의 피부터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예언자들의 피에 대한 책임을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3.

 

아벨의 피부터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예언자들의 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루카복음 11,47-54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된 적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추리 소설이 그렇듯, 내용이 너무 어둡고 마치 실화처럼 묘사되어 있어서 교회에 대한 이해가 아직 약한 신자들과 비신자들에게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러자 그곳 수도원장이 당시 종교 재판의 조사관이었던 윌리엄 수사에게 살인 사건을 조사하도록 의뢰합니다. 그런데도 살인이 계속되자 수도원 안은 묵시록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 나갈 정도로 온통 어둡고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그러나 냉철하고 이성적인 윌리엄 수사는 모든 살인 사건이 수도원의 장서관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끈질기게 수사를 하여 마침내 장서관의 비밀의 방에서 살인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냅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수도원의 늙은 수사 ‘호르헤’였습니다. 호르헤는 수사들의 웃음과 풍자는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을 없어지게 하여 기독교의 중심 사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웃음과 희극 풍자에 관하여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책의 책장마다 독극물을 발라 두었고, 그 책을 본 사람들은 모두 죽었던 것입니다. 그의 범행 동기를 파헤친 윌리암 수사는 이렇게 소리칩니다.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 이런 게 바로 악마야!”

 

“소설은 거짓을 가지고 진실을 이야기하고, 전기는 진실을 가지고 허구를 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록 이 이야기의 내용은 거짓이지만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진실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종교적인 독선과 아집, 위선적이고 배타적인 행동, 편협하고 경직된 사고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을 호되게 나무라시는 것과 이 소설에서 주고자 하는 것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를 경계하고 살아야 합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