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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22.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루카복음 20,27-40

 

 

오래 전에 나온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베를린 하늘을 지키는 두 천사 다미엘과 카시엘의 이야기입니다. 이 두 천사는 하느님의 전령으로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며 베를린 하늘을 지키던 천사들이었습니다. 특별히 다미엘 천사는 인간 사회를 지켜보면서 인간의 사랑이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천사가 인간이 된 순간부터 천사는 영원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인간이 겪어야 하는 유한성과 삶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합니다.

 

다미엘 천사는 이런 인간의 조건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인간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고뇌와 고통을 감수하고도 이렇게 다미엘이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하는 사랑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다미엘은 천사로서 죽음을 선택하고 한 인간으로 깨어납니다. 그리고 곧 서커스단을 따라다니며 줄을 타던 마리온이라는 여자를 만나 깊은 사랑에 빠져듭니다. 그는 천사의 영원성을 잃었지만 ‘인간의 사랑의 이름’으로 그 영원성을 되찾게 됩니다.

 

이 영화가 던져 주는 의미는 인간의 사랑은 그 자체로 천사와 같은 불멸하는 영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은 지상에서 살면서도 이미 천상의 천사의 삶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아가페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영원성을 사는 천사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늘 나라에는 더 이상 시집가고 장가드는 일이 없다고 했지요. 이 말은 하느님 나라는 온전한 사랑의 나라이기에 인간의 삶을 규정지을 제도뿐 아니라 인간적인 에로스 사랑에도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곳에는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아가페 사랑으로 충만해 있기에 천사같이 되어 자유롭고 평화롭다는 뜻입니다. 부부 관계도 이웃 관계도 팔을 오므리고 자신 안으로 끌어안는 사랑에서, 팔을 활짝 펼치고 나를 내어 주는 사랑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에서도 천사들처럼, 하늘 나라처럼 사는 방법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