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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거룩한 무한경쟁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4.

 거룩한 무한경쟁

 

 

우리가 잘 아는 세계 1위 필름 회사인 ‘코닥’이 몇 년 전 더 이상 필름 생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 아시는 바와 같이 필름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지 못했을까요? 사실은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가 코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결국 자신들이 개발한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자신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제 살 깎아먹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개발하지 않는다고 다른 회사들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코닥은 필름으로 자족하고 자신만만해 하다가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은 다른 회사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런 예는 너무도 많습니다. 소니의 ‘워크맨’도 그렇습니다. 워크맨은 처음에 한 작은 회사에서 이용되는 녹음기를 사장이 이어폰을 만들어 녹음대신 걸으면서 그것으로 음악을 듣기를 원했습니다. 음악은 집에서 조용히 듣는 것으로 생각 되었던 시대에 매우 획기적인 발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상용화하는 데는 반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니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워크맨을 만들어 내었고 세계에 4억 대를 판매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명성을 잃었습니다. MP3 Player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소니는 이 경쟁에서 옛날 명예를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발전하는 전자기술 환경에선 한 번 뒤쳐진 기술은 좀처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회사들도 손 놓고 기다려주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신들이 잘나가는 것에 만족하고 교만해 하였습니다. 남들이 자신들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교만이 결국 기술개발을 저해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뒤처지게 마련입니다. 떠오른 태양은 다시 저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에서도 이런 일은 여전히 일어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백인대장의 믿음을 감탄하시고 칭찬하시고 이스라엘에서도 그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다는 선민의식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망친 것은 바로 이런 선민의식과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믿음도 노력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하지 않았던 이스라엘의 믿음이 이제 노력하는 이방인에게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런 이방인의 믿음을 보고 반성하고 더 노력하기를 바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방인을 더 높여주는 예수님을 미워하기만 하였습니다.

 

우리 개인도 지금의 믿음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주일미사만 나오던 신자는 평생 거기에서 발전이 없습니다. 평일미사 나오는 신자들을 보고 그들처럼 더 열심할 결심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뒤처지는 것뿐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믿음도 경쟁이라고 말합니다.

 

“경기장에서 달리는 이들은 모두 달리기는 하지만, 한 사람만이 상을 받는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지 못합니까? 이와 같이 여러분도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달리시오.” (1코린 9, 24)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우리 자신의 믿음을 증가시키기 위해 경쟁해야합니다.

 

‘삼인행이면 필유아사 (三人行必有我師)’라 하였습니다. 세 명이 걷고 있으면 그 중에 반드시 내가 배워야 할 스승이 있다는 뜻입니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잘 하는 것을 배우고, 더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도록 배워야 합니다.

 

삼성도 기존의 핸드폰만 고집하다가 아이폰을 보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자신들의 정책을 버리고 스마트폰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펙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핸드폰을 만들어 냈습니다.

 

믿음에 있어서도 서로 경쟁합시다. 경쟁이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무한경쟁에 뛰어들어 거룩한 경쟁을 할 때 나의 부족함을 알고 서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성인이 난다면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성인 못지않은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수원교구 오산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