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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넌 할 수 있어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by 파스칼바이런 2012. 1. 1.
소통(疏通)의 비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넌 할 수 있어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오늘만 되면 저는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항상 이런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아기들이 원해서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들이 순교자가 되는 것일까?’

순교는 그리스도를 증거 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어놓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당시 베들레헴 아기들은 원하지도 않았지만 헤로데의 미움 때문에 그냥 죽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세상에는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고통을 참아 받고 사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 고통보다도 자신이 그런 고통을 왜 받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이 더 큰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저의 친구 신부님의 아버지도 그런 분들 중의 하나이십니다.

제가 사제가 되어 다시 유학을 나가야 할 때 아버지는 벌써 루게릭으로 병상에 누워 계신지 7년이 넘으셨습니다.

루게릭은 조금씩 신경이 죽어가는 아주 무섭고 고통스러운 병이고 대부분이 5년을 못 넘기고 죽게 됩니다.

제가 떠나기 전 인사를 하기 위해 들렀는데, 아버님은 다른 사람들은 나가있게 하더니 눈물을 흘리시며 당신의 진짜 고통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신부님, 제가 죄가 있다면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은 것 같은데, 왜 하느님께서 이렇게 큰 고통을 계속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저에게 이렇게 지독한 벌을 주시는데... 제 죄가 그렇게 큰가보지요?

제가 볼 때도 아버님 자신의 죄의 보속만을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 보속을 하시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습니다.

병에 걸리기 이전에도 성당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남들이 다 알아주는 착한 신앙인이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은 서로 통한다는 ‘통공’ 교리를 말씀드리며, 주님께서 아버님의 희생을 절실히 원하셔서 ‘억지로라도’ 고통을 받게 하시는 것일 거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마도 저희 아들 사제들을 위해 그 희생을 쓰시는 것일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수긍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정말 절실히 필요하시다면, 비록 본인들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또한 그 사람이 그런 희생을 받을만한 사람이라면, 억지로라도 공로를 쌓도록 고통을 주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죄하게 순교한 어린이들이 하느님 앞에 가서 순교의 월계관을 씁니다.

그 때 어린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저희는 순교의 월계관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 저희가 원해서 순교한 것이 아닙니다. 어째서 저희에게 이런 영광을 주십니까?”

그러면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물론 너희들이 원해서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죽음을 허락한 이유는 너희들이 그 죽음을 통해 나의 태어남을 온 세상에 알릴 수 있을만한 영혼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릇을 보고 그 그릇에 따라 알맞게 채울 줄 안다. 너희들이 만약 이성이 있었고 나를 위해 순교해야 할 상황이 왔었다면 너희들은 반드시 나를 위해 순교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는 너희 그릇에 알맞게 채워주었을 뿐이다. 그러니 나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어 고맙다.”

 

내 자유의사와 상관없이 하느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고통들, 그것들은 내 의지로 허락한 것들보다 더 많고 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희생들이 필요하기에 강요하시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그 희생을 감수할 수 있기에 주시는 것입니다.

나중에는 우리에게 그런 원하지도 않았던 고통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희생의 무게가 나중에는 영광의 월계관의 무게와 비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란 노래 가사를 들어봅시다.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래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둘러싼 그 모든 이유가 견딜 수 없이 너무 힘들다 해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어려워 마, 두려워 마. 아무 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니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너라면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전삼용 요셉 신부 (수원교구 오산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