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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부모의 은혜

by 파스칼바이런 2012. 1. 26.

부모의 은혜

 

 

우리나라 고전소설에 '김원전'이라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성은 '김'이고 이름은 ‘원’인데, 태어날 때부터 알처럼 생겨서 이름이 '둥글 원'입니다.

어머니가 어느 날 혼절하는 고통으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검은 알처럼 둥글게 생겼습니다. 어머니도 까무러칠 일이었지만, 남편이 이를 보고나서 부인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아기는 어디 있소?"

아마도 "도대체 '내가 기대했던' 아기는 어디 있소?"라고 묻는 것일 것입니다.

 

이 소문이 퍼지게 되자, 동네 사람들 중 어떤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알에서 이무기가 나와 못된 짓을 하고 사람들을 많이 죽였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군사를 풀어 그 이무기를 죽이고, 그것을 낳은 사람도 흉악한 죄인이라 하여 빛을 못 보는 곳에 가두었다가 굶겨 죽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덕망이 높은 집안에서 저런 알이... 아니 아이가..."

 

부부가 시름에 잠겨 밥을 먹고 있는데 알이 이불 속에 있다가 굴러서 밥상 옆으로 옵니다.

아버지가 입도 없는 녀석이 밥을 먹으려고 하니 신기해하면서 밥을 한 그릇 주어보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알에서 입이 새 부리마냥 나와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버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신기해하며 아내에게 밥을 계속 주라고 합니다.

검은 알은 밥을 먹으며 몸집이 커져서 결국 다른 방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달빛을 타고 신선이 내려와 알을 깨뜨리니 알에서는 건장한 청년이 나옵니다.

이 건장한 청년은 머리가 아홉 달린 아귀라는 괴물이 공주들을 납치해가는 것을 목격하고 공주를 구하러갑니다.

지하세계에 들어가니 괴물의 왕국이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괴물을 죽이고 공주들을 구하고 그 중 한 명과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머리가 아홉 달린 아귀는 자기 자아입니다.

자아가 그렇게 크고 대단해지면 부모님 또한 그런 모습을 하게 됩니다.

사춘기 때는 자아가 너무 커져 부모님이 내가 넘어서야 하는 큰 괴물같이 보입니다.

자신의 자유를 박해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아를 죽이는 날 참으로 어른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모든 것이 평온해지고 부모님에 대한 시선도 다시 변하게 됩니다.

 

만약 김원의 부모님이 이웃의 말을 듣고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면 아이가 성장하여 자기 자신을 벗고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부모는 아이가 밥을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부모가 아닌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이 우리 부모가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그를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큰 은혜가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신을 아프게 한 것만 생각하며,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춘기부터 자신 안에 살고 있는 자아라는 괴물을 죽이지 못해서입니다.

 

- 전삼용 요셉 신부 (수원교구 오산성당 주임) 묵상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