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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21세기 한국 가톨릭교회의 과제(2)

by 파스칼바이런 2012. 11. 19.

 

 

 

 

Ⅱ. 사회 변동의 전망과 가톨릭교회에 대한 새로운 역할 기대

 

 

1. 인구구조의 변화와 노인, 청소년 문제

 

1960년대 이래 본격화된 산업화는 인구구조와 가족 구조면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위의 책, 159, 183-185, 189쪽.)

 

먼저 지난 30년간 인구 구조면에서 가장 주요한 변화의 흐름은 출산율 및 사망률의 동시적 저하에 따른 연소인구(0-14세)의 급격한 감소와 노령 인구(65세 이상)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생산 인구(15-64세)의 완만한 증가로 요약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연소 인구의 경우 1972년의 1,386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구성비도 1960년의 42.3%에서 1990년 현재 25.8%로 크게 감소되었고, 2021년에는 15.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노령 인구는 1975년 이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1960년의 73만 명(2.9%)에서 1990년 현재 214만 명(5.0%)으로 이 기간 동안 총인구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후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21년에는 663만 명(13.1%)으로서, 한국도 이른바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7%를 넘어설 때 ‘노년 국가’로, 14% 이상일 때 ‘초노년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서구의 경우 노년 국가에서 초노년국가로 이행하는 데 45~100년이 소요되었지만, 한국은 고령화 현상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철우,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노인복지 정책,” '한국 사회학' 제30집 (1996년 겨울), 779-780쪽.

 

한편 한국 사회의 가구 및 가족 구조상의 변동에서 먼저 주목되는 것은 가구 수의 급속한 증가와 가구원수의 감소 현상이다. 한국의 가구 수는 1960년의 438만 가구에서 1990년에는 1,136만 가구로 늘었다. 이것은 연평균 3.2%씩 증가한 것으로서, 전국 인구 성장률 1.8%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가구 수는 앞으로도 연평균 2.7% 정도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00년에는 1,438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평균 가구 원수는 1960년의 5.7명에서 1990년 현재 3.8명으로 크게 축소되었으며, 이러한 감소 추세는 2000년대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핵가족화 나아가 ‘소가족화’ 현상은 최근 뚜렷이 관찰되는 독신주의 및 무자녀 가족의 증가와 더불어, 전통적 가족 구조 및 기능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생활양식과 규범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 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가족제도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전통적인 3세대 가족 형태는 거의 소멸되고, 노인가족의 분리가 증가될 것이다. 그리고 아래 세대에 의한 부양이라는 가족 단위의 부양 기능은 점차 사회복지 서비스로 대체될 것이다. 출산기가 단축됨에 따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로 인한 탁아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제기될 것이다. 또한 여성의 지위 향상과 남녀평등 의식의 생활화로 가정 내의 성 역할, 상속, 호주권 등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인구구조 및 가족 구조 변동은 우선 앞으로 노인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할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 비율과 노령화 지수 (65세 이상 인구/15세 미만 인구) × 100 를 통해 노령화의 추세를 보면,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노령화의 추세가 매우 완만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 노령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었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길기 때문에 1990년 현재 노령 인구(여기서는 60세 이상)의 성비는 65에 불과하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성비가 급격하게 저하된다. 60세 이상 노령 인구의 40%는 노인 부부만 살고 있거나 노인 혼자서 살고 있고, 노인 부부 혹은 노인 혼자로 구성된 가구는 2000년에는 전체 가구수의 35%, 2010년에는 4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배규한, ‘미래 사회학’, 249쪽).

 

농촌에서는 이 비율이 54%나 된다. 생활 여건이 불리한 농촌에 독신 혹은 부부만 따로 사는 노인들이 오히려 많은 것이다. 1994년 현재 노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2%로 1985년에 비해 9% 가량 늘었는데, 이는 주로 농가 부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취업 노령 인구의 절반 이상(53.0%)이 농업 및 어업 근로자이고, 단순 노무직 근로자(17.8%)와 서비스 및 판매직 근로자(13.5%)를 합칠 경우 전체의 84%를 이루고 있다.

 

노령 인구 가운데 51.6%가 외부의 경제적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형편이며, 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자녀로부터의 보조에 의존하고 있고 생활보호 대상이나 노령 수당을 받는 경우는 전체의 7% 미만에 그치고 있다. 노령 인구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이들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안계춘, “한국 인구의 노령화와 특성,” ‘한국사회학’ 제29집 (1995년 겨울).

 

‘노인 문제’는 조기 정년퇴직으로 인한 소득 및 인간관계의 상실, 소가족화에 따른 가족과의 분리 거주 및 노인 역할의 모호화, 노인 부양의 일차적 책임을 가족보다는 사회로 돌리는 의식 변화, 젊음을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가치관의 확산, 급속한 사회변동에 따른 세대 간 경험 차이의 확대, 노인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는 의료보장 체계 등으로 인해 점점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가 생산 인구의 감소 추세와 동시적으로 발생함으로써 노인복지와 관련된 비용이 국가경제 전체에 큰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의 속도가 빠른 일본의 경우 2015년경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의 25%선에 이르고, 2010년경에는 연금 생활자 1인당 근로 인구수가 현재의 절반 이하인 2.5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국민소득과 국가 자원의 상당 부분이 노인 인구 부양에 돌려짐으로써 저축률 감소, 재정적자 확대, 평균 생활수준 저하 등 심각한 경제적 침체를 초래할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1997/6/6).

 

구체적으로 노인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노인들의 빈곤과 부양 문제, 역할 상실과 세대 차이에 따른 사회 심리적 적응 문제, 건강 문제로 표출되고 있다. 이철우,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노인복지 정책”; 배규한, ‘미래사회학’, 183-184, 200, 246-251쪽; 배규한, “미래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한완상 (편저), ‘한국사회학’ (서울: 민음사, 1996), 125쪽.

 

앞으로 노인의 소외와 복지 문제는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될 것이다. 또 노인 부양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가와 사회에 두어지고 가족이 보조적인 책임을 맡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므로, 신뢰할 수 있고 쉽게 접근 가능한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욕구와 기대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노인들의 인권의 옹호자로서, 또한 신뢰할 수 있고 쉽게 접근 가능한 노인복지 서비스의 제공자로서 역할 할 것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교회는 직장에서 은퇴하여 사회생활에의 참여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이를 실현할 기회를 갖춘 사회적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또한 세대간의 격차를 메울 대화의 기회와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교회에 부여될 이 같은 사회적 기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총인구와 가톨릭 인구의 연령별 구성을 비교해 볼 때, 가톨릭 신자의 경우 20대 연령층은 크게 적은 반면 40대 연령층은 크게 많고, 50대의 연령층은 총인구에 비해 근소하게 많고 60세 이상은 근소하게 적은 분포를 보여준다. 더욱이 신규 영세자 중 청소년층의 비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00년대 초에 한국 사회가 ‘노령화 사회’의 단계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노령화 문제는 대단히 심각할 것이 분명한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노령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리라는 예상은 단순히 신자 집단의 연령 구성상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령화의 효과는 양면적일 것이다. 한편으로 노령 인구의 경우 교회 출석률은 감소하지만 각종 개인적 종교 생활은 오히려 더욱 증가하며, (메리 조 메도우 리차드 D. 카호, ‘종교심리학(상)’, 최준식 역 (서울: 민족사, 1992), 152-153쪽.) 헌금과 기부금, 자원 봉사 인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기도 한다.

 

국민 연금제가 정착됨에 따라 노인 신자들은 헌금과 기부금의 가장 중요한 제공자 층으로 부각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면에서 가톨릭 인구의 노령화가 반드시 교회의 활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고령 신자 비중의 증가는 교회의 직책 배분과 의사 결정 과정, 여러 관행에서 연장자 우선주의(seniorism)를 확산시킴으로써 젊은 층의 소외감과 세대간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 또한 신자 구성의 노령화는 모든 류의 교회 쇄신 노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완고한 보수적 기풍을 교회 내에 확산시킬 수도 있다.

 

노인 신자들의 사회적 관심도 가족, 이혼, 범죄, 낙태, 성, 포르노, 마약 등 이른바 ‘신보수주의적 쟁점들’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문제들을 중심으로 교회 안에서부터 (특히 개인주의적이고 상대주의적인 윤리관을 지닌 젊은 층과의) 광범위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앞으로 교회 내에서 빚어질 수도 있는 세대 갈등 문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노령화의 경우와는 달리 사회문제로서의 청소년 문제는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 출생률로 인해 청소년 인구의 구성비는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9-24세 연령층의 경우 1985년의 1,397만 명(전체 인구의 34.2%)을 고비로 감소 추세로 돌아서, 1990년에는 1,363만 명(31.8%), 2020년경이면 1,006만 명(20.2%)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배규한, ‘미래사회학’, 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