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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21세기 한국 가톨릭교회의 과제(3)

by 파스칼바이런 2012. 11. 20.

 

 

 

오늘날 청소년 문제의 핵심은 어린이도 성인도 아닌 ‘주변적’ 연령범주라는 사실로 인한 내적 혼란과 갈등, 세대 갈등 등 전통적인 문제라기보다, 청소년의 비행과 일탈, “양적 증가, 질적 흉포화, 저연령화, 집단화 경향”으로 특징 지워지는 청소년 범죄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높은 교육열과 치열한 대입 경쟁이라는 독특한 한국적 상황이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의 발생은 고학력 선호 풍조와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을 조성해 온 기성세대의 엘리트주의적 청소년관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여기서 비진학 미취업 청소년 집단과 근로 청소년 집단이 일차적 희생자들이 된다. 이는 단순한 진학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고학력 선호 풍조에 기인하는 입시 과열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어서, 대학 진학의 문호가 개방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벌, 연고, 편법, 상업주의, 물질주의 풍조 등 청소년에게 노출된 불건전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에 기초한 선정적인 대중매체나 퇴폐 유흥업소, 향락 산업의 번창 역시 청소년 문제의 주요한 원인들이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무관심과 과잉보호,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전통적 가족 기능 및 유대의 약화 등 가족적인 문제도 청소년 문제를 빚어내고 있다. 청소년 문제의 해결 방향 역시 그 문제의 발생 원인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즉 ① 입시 위주 교육의 전인교육으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삼는 중등교육의 정상화, ②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해와 협조, ③ 성인 사회 전반의 도덕성 회복, ④ 퇴폐, 향락 산업의 정화, ⑤ 임금격차나 사회적 상승 이동 기회 제약 등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간의 사회적 차별대우 완화 등이 그것이다. (위의 책, 242-245쪽.)

 

아울러 세대간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교회는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에서 반(反)청소년 적인 환경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또한 촉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가 운영하는 중등교육 기관에서부터 전인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회 ‘내부’에서부터 청소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주일학교 교육의 부실함과 청소년층의 주일학교에 대한 무관심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일학교의 교리 수업 방식이 학교 수업과 거의 유사한 주입식 방법에 치중하고 있고, 교리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전문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당 예산의 4% 정도만이 주일학교 예산으로 편성되고 있다. (가톨릭신문 (1996/1/1)

 

1996년 현재 주일학교 교육 대상인 청소년층 신자 수는 전국적으로 대략 7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그 중에 주일학교에 등록한 인원은 약 52%인 39만 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실제로 주일학교 출석 인원은 33%에 머물러, 결국 우리 가톨릭교회는 현재 신자 청소년의 70%를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평화신문‘ (1996/1/21).

 

뒤늦게나마 우리 교회가 청소년들에 대한 중요성과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서울대교구는 1996년도 사목 교서에서 청소년들과 청년층의 복음화에 사목 목표를 집중시킬 것을 천명하고, 두 연령 계층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대책 수립을 위해 집중적인 노력과 실험을 과감히 시도해 갈 것임을 밝혔다. 서울 대교구는 이듬해(1997년)를 후속 작업을 심화시키는 해로 삼고 청소년 사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러한 상황은 다른 교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교회 내부의 노력은 입시제도의 개선을 포함하여, 청소년 전반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주일인 1997년 5월 27일에 발표된 추기경의 메시지는 이런 문제의식을 부분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여기서 청소년에 대한 이해의 심화와 그에 기초한 청소년 사목의 전개, 가정을 통한 청소년 사목의 전개 등과 함께 입시 위주와 성적에만 급급하는 교육 분위기의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서울주보’(1997/5/27).

 

중,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겨냥한 현재의 교육개혁 노력들이 일정한 성공을 거둘 경우, 청소년들이 교회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질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주일학교 교육과 재정에 대한 현재의 빈약한 관심을 부추기는 “어른 위주의 사목”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입시제도의 개선이 청소년 사목이 활성화로 직결되리라는 기대를 품기는 어렵다.

 

노치준 교수는 한국 개신교에 대한 한 분석에서 1990년대에 개신교 신자 증가율의 둔화 속도가 연령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나며 특히 중고생과 어린이 신자가 확연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와 오락 문화의 발전 등과 함께 “어른 위주의 목회”가 매우 크게 작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교회들은…어린이와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크게 염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어린이와 학생들이 내는 헌금은 전체 헌금의 1%도 채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지출액이 더 크기 때문에 교회학교가 흔들린다 해도 교회의 재정과 운영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노치준, 한국 개신교 사회학 (서울: 한울, 1998), 58-59쪽). 대부분의 가톨릭 본당들에서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2. 도시화와 공동체성의 약화

 

인구의 분포 측면에서는 인구의 지리적 이동에 의한 도시화가 최근 수십 년간 진행된 가장 중요한 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화는 도시의 공간적 확대, 농촌의 도시화에 의해서도 진척된다. 급속한 경제 성장 및 산업화 과정은 인구의 밀도 뿐 아니라 지역적 분포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도시화율이 1960년의 28.0%에서 1990년에 74.4%로 높아지면서, 도시-농촌간 인구 분포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0년 경 도시인구는 총인구의 8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0년경에는 이미 한국 사회는 전체가 도시 사회화되어 있을 것이다.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도시 지역의 주택 부족, 교통 체증, 환경오염 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도시환경의 악화는 도시 지역을 벗어나려는 교외화 내지 탈도시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편 농촌인구의 감소 현상은 영농기 농촌 인력의 부족, 농업 노동력의 고령화 및 여성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농업 부문의 사양화와 이에 따른 가구당 경작 규모의 증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배규한, ‘미래사회학’, 186-187쪽.)

 

한편 21세기 초에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는 ‘도시형 사회’는 ① 자신의 편익만을 중시하고 타인의 이익이나 희생에는 무관심한 현재의 도시 생활의 극복, 다시 말해 공동체 의식과 타인에 대한 동정심의 배양, ② 도시 사회의 발전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의 결여를 극복하고 도시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치와 연대 의식의 배양, ③ 도시의 토지는 개인의 마음대로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경제재(經濟財)가 아니라 유한한 공공재(公共財)라는,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건전한 토지관의 형성, ④ 도시적 환경 안에서 더욱 증가하는 외부 문화와의 접촉에 있어서, 다원주의적이고 관용적인 태도의 함양과 같은 과제들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전광희, “농촌 해체와 도시화,” 한완상 (편저), ‘한국사회학’ (서울: 민음사, 1996), 371-372쪽.)

 

교회는 마땅히 이러한 도시형 사회의 과제들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고, 필요한 준비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한국교회는 도시화의 영향을 더욱 강력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신자의 지역적 분포로 인해,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 들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 교회의 양적 고속 성장은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 전반의 급격한 도시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가톨릭 신자들의 도시집중 현상은 한국 사회의 도시화 속도보다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1992년 말 현재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가톨릭 신자의 비율은 86.2%로, 1990년 현재의 전국 인구 중 도시인구의 비율(74.4%)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신자들의 도시 집중 현상은 도시 교회의 급속한 성장과 농촌 교회의 쇠퇴를 초래하고, 도시 교회에는 인적, 물적, 지적 자원을 집중시키는 반면 농촌 교회를 도시 교회에 대한 신자 공급원으로 전락시켰다. 그 결과 도시화는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농촌 교회를 공동화(空洞化)하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뿐만 아니라 도시 교회의 급격한 성장은 본당의 관료제화와 중산층화, 그에 따른 신앙 공동체의 이익 집단화와 신앙의 도구화, 빈곤 계층의 소외감 증대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노길명, “도시화와 한국 교회,” ‘가톨릭신문’ (1995/5/14).

 

나아가 도시 교회의 대형화와 관료화는 사제와 평신도의 사회 심리적 거리 확대, 평신도 내부의 계층적 분열, 미사나 전례 등에 대한 능동적 참여 제한, 성직자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강화, 본당 공동체에 대한 유대감이나 소속감 상실 등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거대화된 도시 본당 안에서 신자들이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경험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져 가고 있다. 1993년 말 현재 본당당 평균신자수는 3,150명에 이르지만, 대도시 지역은 평균 4,840명으로 농어촌 지역의 평균치인 1,504명의 3.2배에 달한다.

 

특히 서울대교구의 경우에는 본당 평균신자수가 무려 5,729명이고, 서울시만으로 한정할 경우 전국 평균의 약 2배, 농어촌 지역 본당의 약 4배인 6,200명에 이른다. 1992년 말 현재 서울시에만도 신자수 7천명 이상 1만 명 이하인 본당이 32개소, 1만 명 이상인 본당이 13개소로, 신자 수가 7천명을 넘는 대형 본당이 50개소에 접근하고 있다. (신치구, “통계상으로 본 한국 천주교회의 실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회보’ 제85호 (1995/1), 38,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