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21세기 한국 가톨릭교회의 과제(4)

by 파스칼바이런 2012. 11. 21.

 

 

지난 10년간 가톨릭 신자들의 의식 및 태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신자들 사이에 공동체적 의식이 크게 약화되고, 공동체 생활에 대한 참여도 역시 크게 낮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강인철, “공동체 의식과 공동체 생활,” ‘가톨릭신문’ (1998/5/10).

 

공동체 의식의 약화 현상은 냉담자와 행방불명자 문제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1997년 말 현재 냉담자는 전체 신자의 30%에 달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한국 천주교회 통계’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8), 43쪽.

 

천주교 신자 3명 중 거의 1명꼴로 냉담자인 셈이다. 더욱이 영세 후 냉담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과거에 비해서 단축되는 추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교회의 비대화, 관료화는 교회 내의 많은 부분이 자신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짐을 뜻하기도 한다. 교회의 관료화와 중산층화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냉담자의 증가(특히 젊은 층과 지식층의 경우)와 이단적 신종교 운동의 발흥(특히 빈민층과 저학력층의 경우)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령 세미나의 번창과 광신적인 사적 계시 현상의 확산은 기존의 교회가 일부 소외되기 쉬운 신자층에게 종교적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중요한 증거이며, 세기말과 겹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가족, 친지 등 전통적인 사회적 지원 체제가 와해되면서 개인의 정신적 긴장과 심리적 불안이 가중됨으로써, ‘정신 건강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동은 그 자체가 긴장과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는 동시에, 이를 완화시켜 왔던 가족 등의 전통적인 공동체적 유대와 결속을 약화시킴으로써 긴장과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도 1980년대부터 정신장애와 신경증의 발생 빈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1980년대에 정신장애, 우울증 등 주요 정신 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3.5%이고, 신경증적 장애는 10%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정신장애를 겪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중년층 여성의 정신장애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질환 치료를 위한 시설과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며, 더욱이 정신장애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신장애와 신경증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며, 물질적 풍요와 안정보다 정신적 안락과 신체적 건강을 추구하는 국민적인 인식의 변화는 정신 건강 문제를 중요한 사회문제로 등장시킬 것이다. (배규한, ‘미래사회학’, 255-259쪽.)

 

이런 상황이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예컨대 필자가 1998년 초에 수행한 전국적인 조사 연구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하여” 입교한 이들이 전체의 4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비율은 10년 전(37.3%)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것이다. (강인철, “총론: 조사의 배경과 조사 배경의 전반적 특징,” ‘가톨릭신문’ (1998/4/5).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신자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회의 ‘상담 기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3. 직업, 계층 구조의 변화와 여성, 빈곤층 문제

 

1960년대 이래의 경제 발전 과정은 산업, 직업, 계층 구조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였고,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 성장 및 산업화에 따라 고용 기회가 증가함으로써 생산 인구, 경제활동 인구, 취업인구 등 노동력과 관련된 모든 지표들에서 증가 추세가 계속되어 왔다.

 

특히 경제활동 참가율은 1970년의 57.6%에서 1990년에는 60.0%로 높아졌는데, 여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가 크게 기여하였고, 취업인구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9배의 증가를 나타냈지만 여성 취업자는 2.1배의 뚜렷한 성장을 보여 취업인구 성비가 174에서 146으로 낮아졌다. 경제활동 참가율 및 취업인구의 증가, 그리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및 취업인구의 빠른 성장 추세는 21세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규한, ‘미래사회학’, 161, 187-188쪽.)

 

한편 직업 구조의 변화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점은, 1980년대 중반까지 전체 취업자 중 2차 산업 종사자 및 생산직 종사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취업자 구성의 ‘서비스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제조업 취업자의 절대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을지라도 그 비중은 점진적으로 하락한 반면, 서비스업 취업자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에는 화이트칼라 취업자의 비중이 생산직 취업자의 비중을 넘어섰으며, 전문 기술직의 비중 역시 1980-1990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이환, “‘후기 산업 사회’와 직업 구성의 변화,” 한국사회사연구회 (편), ‘한국 산업사회의 현실과 전망’ (서울: 문학과지성사, 1992).

 

21세기에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및 직업 구조의 변동 추세는 특히 화이트칼라로 대표되는 신 중간층의 확대를 가져와, 우리 사회의 계층 구조를 ‘피라미드형’에서 ‘다이아몬드형’으로 변모시켜 왔다. 소득 수준면에서도 1980-1988년 사이에 한국 가구의 월 소득 계층별 백분비 분포를 보면 소득 집중도가 더욱 낮아지고 있어, 점차 분배의 균등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중산층의 폭이 넓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관적인 측면에서도 자신을 중산층 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예컨대 1980년과 1985년 한국 가구의 주관적 계층 귀속 의식을 비교해 보면, 상층 의식을 가진 계층은 2.6%에서 4.4%로 증가하였고, 중산층 의식은 41.0%에서 53.0%로 증가하여 과반수를 넘었으며, 하층 의식은 56.4%에서 42.6%로 감소되었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인들의 계층 귀속 의식이 급속히 중산층 화해 온 것이다. (배규한, ‘미래사회학’, 189-190쪽. )

 

신 중간층의 규모 증가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소득 및 소비수준의 지속적인 성장이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 의식을 강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성원들은 1989년을 정점으로 하여 1980년대 후반 이래 ‘소비의 폭발’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비 구조 또한 크게 변화되었다.

 

예컨대 1971년-1991년 사이의 소비 지출 상품의 구성을 보면, ① 상품 성격별로는 내구재 비율의 증가, 농, 수, 축산물의 감소, ② 상품 용도별로는 식비의 감소, 교육 오락비 및 개인 교통비의 증가, ③ 상품 긴요도별로는 필수재 비율의 감소와 선택재 비중의 증가와 같은 변화가 진행되었다. (백욱인, “소비사회와 변화하는 삶의 모습,” 한완상 (편저), ‘한국사회학’ (서울: 민음사, 1996), 67쪽).

 

나아가 1990년대 후반의 한국사회는 ‘무엇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소비하느냐’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가가 결정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으며, 특히 신세대의 경우 단순한 상품 소유 유무, 상품의 소비 자체보다는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누구와 그 상품을 소비하는가’ 하는 ‘무대배경적 소비의 맥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주의의 확산, 그리고 생산 위주의 사회에서 소비 위주의 사회로의 이행은 소비 양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집단 형성의 원리를 낳고, 새로운 계층화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위의 글, 43-62쪽 참조.)

 

소비 주의라는 새로운 문화에 기초한 소비사회의 전개 양상은 21세기에도 꾸준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할 것은 1980년대와는 달리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득 및 소비수준의 계층 간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득 불균형이 점차 완화되던 1980년대의 추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으로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가 1993~1996년 사이의 4년간 소득 및 소비수준의 변화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기간 동안 소득수준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57.8%였으나 하위 20%은 47.5% 증가하여 1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또 소득수준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993년에는 하위 20%의 9.9배 수준이었으나, 1996년에는 10.6배 수준으로 격차가 확대되었다. (‘한겨레신문’ (1997/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