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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

성주간 전례의 의미 · 내용

by 파스칼바이런 2013. 3. 19.

성주간 전례의 의미 · 내용

 “제 마음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2004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성유축성미사 봉헌 모습. 성유축성미사는 각 교구 주교좌본당에서 봉헌되며, 축성된 성유는 세례·견진·병자 성사 집전시 사제들에 의해 사용된다. 

 

성주간(聖週間)이다. 말 그대로 거룩한 주간이다. 교회는 예수부활대축일 전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 하여 1년 중 가장 거룩하게 보낸다. 회개와 보속의 사순시기를 살아온 신자들은 이제 성주간 전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 의미를 강하게 체험하게 된다. 당연히 교회 전례는 성대하고 장엄하게 치러진다. 꽃 중의 꽃, 클라이맥스다. 그만큼 성지 주일과 성삼일 미사는 평소 예식과 다른 점이 많다. 그런데 연중 단 한 번 거행하는 예절인 탓에 생소해 하는 이들이 많다. 또 전례 형식에 치중해 정작 필요한 내면적 의미를 잊는 사례도 많다. 성주간 전례의 주요 내용과 의미 등을 살펴본다. 

 

성주간의 의미

 

성주간은 교회 설립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으로, 사순 제6주일인 성지 주일부터 시작하여 부활 성야 전야 전 ‘성 토요일’까지 주님의 수난을 집중적으로 묵상한다. 또한 성 목요일 주님만찬미사부터 부활 성야에 이르는 파스카 성 삼일을 포함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한 주간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가장 깊게 묵상하고 체험하는 시기로서, 주님 수난과 부활을 성대한 예식을 통하여 기념하고 재현한다. 그리스도교 구원과 신앙의 핵심을 기념하므로 한 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전례가 거행된다.

 

3세기경에는 부활 축일 전 금요일부터 부활 축일 아침까지 3일 동안을 성주간으로 지냈다. 4세기에 와서 성 목요일이 추가됐고, 지금과 같이 일주일의 성주간을 지내게 된 것은 5~6세기에 와서 부터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성주간의 시작을 알린다. 교회는 이날 나뭇가지 축복과 예루살렘 입성 기념행렬의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재현한다. 그러나 이때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단순한‘행사’가 아닌, 그 내면적 의미를 고백하고 따르는 진정한 전례가 되도록 해야한다.

 

1956년부터 나뭇가지를 들고 행렬하는 예절이 미사 전에 거행되기 시작했다. 이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 이스라엘 백성이 환영했던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건이 된다면 성당 바깥의 장소에서 예절을 시작해, 성당으로 들어가면 좋다. 성지는 종려나무 올리브 외에 사철 푸른 나뭇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군중들의 태도가 돌변한다.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던 군중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친다. 그분께서 주시고자 하는 것과 백성들이 바라는 것이 너무나 달랐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사랑과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려고 하신 반면, 백성들은 기적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과 안녕을 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날 전례의 특징은 환호(호산나, 기쁨)와 수난예고(수난 복음, 슬픔)가 교차된다. 미사 중에 수난 복음을 낭독하는데 이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앞서 알리는 예고다. 수난복음은 일반적으로 부제나 사제가 봉독하지만 그 내용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평신도들도 봉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역할은 사제가 맡는다.

 

이날 축복받은 성지는 집으로 가져가 십자고상에 꽂아둔다. 이는 예수님을 환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반하는 우리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끝까지 주님께 충실할 것을 다짐하기 위함이다. 이날 축복된 성지는 1년동안 잘 보관했다가 다음해에 태워, 재의 수요일 예절에 사용한다. 

 

성삼일의 의미

 

흔히 성 목요일, 성 금요일, 성 토요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히 성삼일은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성 금요일, 죽음으로 저승에 머무시는 성 토요일, 그리고 예수 부활을 선포하는 예수부활대축일이다.

 

전례 전통에 따르면 축일은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다. 부활 성야 예절이 성 토요일 예절이 아니라 부활 대축일의 전야 예절이듯, 성 목요일 밤의 주님 만찬 미사도 성 금요일의 전야에 해당된다. 이 미사가 성삼일의 시작을 알리는 예절이다. 성삼일의 종결은 부활대축일 저녁기도다.

 

성삼일은 사순시기의 마지막 절정과 부활대축일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에 위치한다. 그래서 성삼일은 인간 구원을 위한 정점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주님만찬 저녁미사

 

성 목요일 오전에는 성유축성미사를 각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봉헌한다. 사제들은 축성된 성유를 세례, 견진, 병자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한다.

 

성 금요일 전야, 주님만찬 저녁미사는 예수님께서 수난하시기 전날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저녁식사로서 성체성사의 설정을 기념하는 미사다.

 

성체성사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감실을 비운다. 제의는 흰색 제의를 입는다. 대영광송 때 성당 종과 제대 종을 화려하게 치고 그 후 부활성야 미사 대영광송 전까지 타종하지 않는다. 미사 중에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어준 모범을 본받아 발 씻김 예식(세족례)을 거행한다.

 

발 씻김 예식에 참여하는 인원 및 남녀 성별 등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남자 12인’으로 거행하는 전통을 따르는 것이 좋다. 이어 신앙고백은 없고 보편지향기도를 바친다.

 

영성체 후 기도를 마치면 마침 예식없이 성체를 옮겨 모시는 예식을 거행한다. 사제는 제대 위에 모셔준 성합에 무릎을 꿇고 분향한 다음, 어깨보로 성합을 충분히 가려서 덮어 들고 십자가를 앞세워 향로와 촛불과 함께 행렬을 지어, 준비된 수난 감실을 향한다. 성체를 성광에 현시하는 것은 엄격히 금한다. 사제는 감실문을 닫고 잠시 기도한 다음 제의실로 향한다. 제의만 벗은 채로 봉사자들과 함께 제의보를 벗기는데 이 모든 것이 침묵 중에 이뤄진다. 십자가는 성금요일 수난 예식 끝까지 가린다.

 

수난 감실 앞에서의 밤중 성체조배는 특별한 권장사항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교우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권한다. 이 조배의 목적은 무엇보다 성체 신비, 특히 그 안에 내포된 사랑과 수난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것이다. 조배 중에는 가능하면 요한복음의 몇 대목(13-17장)을 봉독하는 것도 좋다. 

 

주님 수난 성 금요일

 

성 금요일은 인간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억하는 날이다. 미사를 드리지 않고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성금요일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고 그 신비에 깊이 참여하기 위해 단식과 금육으로 재를 지킨다.

 

금식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만 60세까지며, 그 방법은 하루 세 끼 가운데 한 끼만 먹고 한 끼는 요기 정도만 하며, 한 끼는 완전히 금식하는 것이다. 단식의 의무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노약자와 임산부, 환자, 중노동에 종사하는 사람, 이 밖에 여러 이유로 특별히 허가를 받은 이들이다.

 

또 이날은 고해성사와 병자성사 외에는 모든 성사가 금지된다. 단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오후 3시경 수난 예절을 거행한다. 주님 수난 전례는 시작 예식 없이 간단한 경배와 기도를 한 다음 말씀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 등 세 부분으로 진행된다. 

 

성 토요일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제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성 토요일에는 아무런 전례가 없다. 성무일도를 바치기 때문에 엄격하게 말하면 아무런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사와 다른 성사 전례를 거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해성사와 병자 성사를 제외한 성사의 집전도 금지된다.

 

이날은 예수님께서 무덤 안에서 쉬시는 때이며, 저승(고성소)에 내려가시고, 천국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모든 이들과 만나는 날임을 기억한다. 그래서 이날은 평화와 기다림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날이다. 이날도 성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초세기부터 완전한 단식을 지켜왔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권고 사항이다. 

 

예수부활 대축일, 부활성야

 

부활성야는 모든 성야(전야제)의 어머니다. 이처럼 이 밤의 전례는 일 년 중 거행되는 모든 절기 전례의 절정을 이루기에 기쁨 안에서 가장 장엄하게 거행된다.

 

집전 시간은 밤중이지만 그 시간은 여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단 부활성야 예절은 해가 지고 난 후에 시작해야 하며, 해가 뜨기 전에 마쳐야 한다. 이 예절은 빛의 신비가 강하게 드러나야 하므로 반대로 어둠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 가능한 한 모든 불을 끄고 어둠의 신비가 잘 드러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후 이뤄지는 부활성야 예절은 네 부분으로 이뤄진다. ▲ 빛의 예식인 새 불과 파스카 초 축복 ▲ 말씀 전례 ▲ 세례 예식 ▲ 성찬 전례가 그것이다.

 

※ 도움 받은 책 : 「성지 주일 성삼일 예절 준비와 해설」(대구대교구 전례위원회/가톨릭신문사/2009년/문의 1566-4285, 080-255-5500)

 

[가톨릭신문, 2010년 3월 28일,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