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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6> 죄에 물든 인간

by 파스칼바이런 2016. 3. 6.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6> 죄에 물든 인간

평화신문 2015. 06. 14발행 [1318호]

 

 

▲ 가톨릭 교회는 아담과 하와의 첫 죄로 후손들이 무지와 고통, 죽음의 지배를 받게 되고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을 상실하게 됐다고 가르친다. 그림은 시스티나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 작 ‘원죄’

 

 

가톨릭 신앙인이 삼위일체 신비에 참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구원의 신비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적 여정의 종착지는 구원의 은총을 누릴 수 있는 하느님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왜 구원이 필요한 것일까요? 주님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시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마태 1,21). 결국 이 말씀은 인간이 죄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 죄에서 벗어나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인류의 타락 이야기를 통해 죄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해 주셨기에 우리가 죄의 실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이 죄에 물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아담과 하와의 첫 범죄로, 후손들인 우리가 무지와 고통, 죽음의 지배를 받게 되고 죄로 기울게 됐다고 가르칩니다. 아담과 하와의 잘못으로 우리의 본성까지 손상되면서 원초적인 거룩함과 의로움을 상실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죄로 기우는 인간의 경향성을 ‘탐욕’(concupiscence)이라고 불렀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17~418항 참조). 그런데 탐욕은 하나의 경향성이므로 죄 자체라기보다 죄의 힘이 우리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기에 투쟁으로 제거할 부정적인 에너지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죄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죄는 어떤 것에 대한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다. … 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맞서며, 우리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1849~1850항).

 

지금까지 살펴본 가톨릭 영성 생활의 개념은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영적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방해하는 죄는 영성 생활과 정반대 입장에 놓여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성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죄를 피해야 한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그동안 죄의 경중에 따라 대죄(죽을 죄)와 소죄(용서받을 죄)를 가르쳐 왔습니다. 대죄는 인간이 하느님의 법을 크게 어김으로써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사랑을 파괴시켜 하느님께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즉, 하느님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피조물을 하느님보다 훨씬 낫다고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소죄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 상처를 입히지만 그 사랑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55항). 따라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대죄뿐만 아니라, 되풀이하면 악습이 돼 대죄를 불러들일 수 있는 소죄까지 제거해야 영적 여정을 순조롭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가져오는 대죄는 뉘우침을 통해 제거해야 하고, 우리 안에 무질서를 일으키는 소죄는 지속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제거해야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74~1875항 참조).

 

결국 우리는 원죄로 인해 죄로 기울게 하는 탐욕에 지배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탐욕은 이성에 무질서를 남김으로써 이해력을 희박하게 해 무질서한 충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또한 이 탐욕은 우리 의지에도 무질서를 남김으로써 하느님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은총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작용해야만 우리를 무질서로 떨어뜨리는 탐욕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탐욕이 정화돼야 우리가 하느님과 합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원죄 교리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의 구원자이시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이 필요하고, 그 구원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복음의 이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389항)고 가르칩니다. 결국 우리가 영적 여정의 종착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구원은 그리스도의 은총과 함께 살아갈 때 완성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전영준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1991년 사제 수품(서울대교구)

△2007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 영성신학 박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사도직)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