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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4>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친교

by 파스칼바이런 2016. 3. 4.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4>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친교

평화신문 2015. 05. 31발행 [1316호]

 

 

▲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ae Rublev), 거룩한 삼위일체(Heilige Dreifaltigkeit),

1410년경, 모스크바 트레챠코프 미술관 소장.

 

 

독자 여러분께서는 앞선 필자의 설명을 통해 가톨릭 영성 생활이 단순히 어떤 신비스러운 영(靈)적 경험을 좇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영적 여정이라는 점을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영성 신학자인 요셉 봐이스마이어는 자신의 저서 「넉넉함 가운데서의 삶」에서 “영성이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우리에게 선사하여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는 성령이 작용하는 삶”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영성 생활이 단순히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영적 여정만이 아니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을 통해 친교를 이루며 삼위일체 신비에 참여하는 삶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격이 셋이지만 본체 한 분인 하느님

 

하지만 우리가 친교를 나누고자 하는 삼위일체 하느님은 인간의 이성으로 쉽게 알 수 없는 신비이십니다. 즉, 위격으로는 셋이지만 본체로는 한 분인 하느님이십니다. 여기서 세 위격은 본성으로는 한 하느님이지만 서로의 관계 안에서 실제적으로 구별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 위격은 개별적인 위격의 특성에 따라 개별 활동을 하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공동 활동을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영성 생활은 세 위격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동시에 각 위격과 친교를 이뤄야 하는 신비에 참여하는 삶입니다.

 

첫 번째 위격인 성부 하느님은 유일하신 최상의 존재로서 우리 스스로 헤아릴 수 없으신 분입니다. 또 우리에게 친히 계시해 주셔도 우리가 다 깨달을 수 없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 자체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손으로 당신을 표현하는 어떤 시도조차 할 수 없게 금지한 명령에서도 알 수 있듯이(신명 4,15-16 참조), 불가지성(不可知性)은 신비스러운 하느님 속성을 잘 말해 줍니다. 따라서 성부 하느님께서는 초자연적인 질서 안에 신비스럽게 현존해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부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영적 여정은 이 세상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세계를 향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영적 여정은 하느님 나라를 직접 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조물인 이 세상 안에서 적당히 안주하려는 영적 여정은 잘못된 영성 생활입니다.

 

두 번째 위격인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강생의 신비를 통해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성부 하느님을 볼 수 있도록 인간이 되어 오신 분이십니다(요한 12,45 참조). 또한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성부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실현할 구세주이십니다. 결국 성자 그리스도께서 신적 사명을 완수함으로써 우리는 하느님과 관계를 회복해 화해를 이룰 수 있었고 구원의 신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그리스도인은 공생활 기간 중에 인성을 지니고 보여주신 예수님 삶을 본받아 실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구원의 신비에 참여하고자 하는 영성 생활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는 영적 여정인 것입니다.

 

세 번째 위격인 성령은 성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파견하시어 우리가 성자 그리스도와 만날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당신을 증언할 보호자이신 진리의 영에 대해 말씀 하십니다(요한 15,26). 그 결과 초대 교회의 신앙인은 성령 체험을 통해서 용감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태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먼저 우리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성령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면 성령께서 우리를 성부와 성자에게로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령께 자신을 기꺼이 내어 맡기고 성령 안에 충분히 머물러 있어야 우리의 영적 여정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의 일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자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성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성령이 주어짐으로써 인류 역사 안에서 구체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영성 생활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깊은 유대와 친교를 통해 걷는 영적 여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영준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1991년 사제 수품(서울대교구)

△2007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 영성신학 박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사도직)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