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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1> 마음의 평안 위해 입교하셨나요?

by 파스칼바이런 2016. 3. 1.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1> 마음의 평안 위해 입교하셨나요?

평화신문 2015. 05. 10발행 [1313호]

 

 

▲ 마음의 평안을 위해 가톨릭 신앙을 선택한 이들이 많지만 우리가 가톨릭 신앙을 갖는

중요한 이유는 ‘인간 구원’을 위해서다. 사진은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세례식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이곳저곳에서 ‘영성’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용했던 내용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갤럽에서 조사했던 한국인의 종교의식과 관련된 설문 결과입니다.

 

한국갤럽은 2004년 종교인에게 귀하가 종교를 믿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문했습니다.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가톨릭 신앙인의 대답을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전수 조사가 아니라서 정확한 실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제한적인 범위 안에 선정된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응답자 중에서 약 73%가 ‘마음의 평안’ 때문에 종교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실질적으로 가장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 때문에 종교를 갖게 되었다는 응답은 약 5%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설문 결과를 언급하면서 각자 신앙의 자세를 반성해 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가톨릭 신앙 선택의 이유

 

이러한 필자의 노력이 열매를 맺게 되었는지(?) 한국갤럽이 2014년에 또다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전과 같은 질문에 대해 ‘마음의 평안’ 때문에 종교를 갖게 되었다는 가톨릭 신앙인은 63%로 소폭 하락했고,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 때문에는 12%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것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아직까지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느껴집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비종교인의 견해에 따르면 종교인 중에서 60%가 ‘마음의 평안’ 때문에, 그리고 14%가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 때문에 종교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정하였습니다. 물론 큰 틀에서는 종교인에 대한 비종교인의 응답 비율이 종교인 스스로의 생각과 유사하게 나왔지만, 세부적으로 비교하면 가톨릭 신앙인의 응답이 비종교인의 일반적인 견해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필자가 설문조사 결과를 강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의 평안’ 때문에 종교를 갖게 되었다는 가톨릭 신앙인은 과연 어떤 모습의 영성 생활을 추구하겠습니까? 아마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것입니다. 요사이 가톨릭 교회 안에서 상담 심리에 많은 관심을 갖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톨릭 교회 영성 역사 안에서 심리적인 관점을 활용하면서 영성 생활을 추구하고자 했던 경우들이 있었지만, 그 당시 거의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지 주도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60%가 넘는 가톨릭 신앙인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종교를 선택했다는 상황에서는 영성 생활마저도 심리학으로 대치하려고 시도할 것이고, 그러한 실태를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위안을 받고자 하는 경향은 가톨릭 교회 밖의 종교에서뿐만 아니라 심지어 종교와 전혀 무관한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이 방법을 통해서는 가톨릭 교회의 고유 영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인간 구원

 

우리가 가톨릭 신앙을 갖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그것도 현세에서 복을 받는 구원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참여해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구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로 가톨릭 신앙을 선택했다는 대답이 불과 10% 남짓이라는 사실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인 구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신앙을 가져야 영성 생활도 구원을 향하여 올바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종교를 갖는 이유와 자세에 따라서 신앙인의 영성 생활이 방향 지어진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앞으로 1년 동안 가톨릭 신앙인이라면 어떠한 마음 자세로 어떻게 살아가야 올바른 가톨릭 영성 생활을 살아가는 것인지를 여러분들과 함께 차근차근 살펴볼까 합니다. 때로는 자주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 다소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가톨릭 고유 영성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인내심을 갖고 함께 거닐고자 이 영적 산책에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전영준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1991년 사제 수품(서울대교구)

△2007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 영성신학 박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사도직)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