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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5>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일치 통한 구원

by 파스칼바이런 2016. 3. 5.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5>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일치 통한 구원

평화신문 2015. 06. 07발행 [1317호]

 

 

▲ 사도 바오로가 그리스 필립피에서 세례를 베푼 터에 세워진 리디아 기념 성당 천장화.

세례를 받는 예수 그리스도 모습이 모자이크화로 수놓여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초세기 사도들은 부활해 발현하신 예수님께로부터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마태 28,19) 베풀라는 사명을 받습니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 세례 예식서를 보면 사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기 전에 영세자에게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믿느냐는 질문을 하고 영세자의 고백을 듣습니다. 그만큼 삼위일체 신비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바로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적인 신비이다. 이는 하느님 자신의 내적 신비이므로, 다른 모든 신앙의 신비의 원천이며, 다른 신비를 비추는 빛이다”(234항)라고 언급합니다.

 

삼위일체, 단일성을 지닌 한 분의 하느님

 

필자는 앞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영성 생활을 설명하고자 삼위일체 신비 안에서 위격과 다른 위격 간에 있는 관계 때문에 나타나는 실제적 구분을 중심으로 세 위격의 각각에 특화된 영적 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성자의 강생과 성령의 강림이라는 신적 파견에서 각 위격은 삼위 안에 자신의 고유한 특성”(「가톨릭 교회 교리서」 267항)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측면만 보여줄 수밖에 없는 인간 언어의 한계성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한 본체로서 나눠지지 않는 하느님의 단일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단일성 안에서의 영성 생활에 대한 설명이 추가로 필요하겠습니다.

 

가톨릭 신앙인이 미사 중에 고백하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외아들,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짧은 신경이라고도 하는 ‘사도 신경’에 비해 긴 이 신경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삼위로 이뤄졌지만 그 영광도 동일하고 그 위엄도 다 같이 영원하신 단일성을 지닌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 복음 사가는 하느님의 단일성과 관련된 주제와 함께 우리 영적 여정의 도착지를 분명하게 언급합니다.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영광을 저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제 안에 계십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시고, 또 저를 사랑하셨듯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요한 17,21-24).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라는 예수님의 언급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단일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단일성을 본받아 우리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하느님의 계획은 모든 사람이 서로 하나 됨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하나 되는 길을 걷게 하려는 것입니다. 게다가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가실 곳에 우리도 함께하길 바라십니다. 이것은 결국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2티모 1,9) 은총을 통해 하느님 구원 신비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톨릭 영성 생활은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강생하신 성자와 강림하신 성령께서 함께하신 공동 작업을 통하여 이룩한 구원의 신비에 참여하고자 삼위일체 신비에 일치하여 머무는 삶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의 영적 여정은 삼위일체 신비 안에서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의 구원 은총과 사랑에 감사하며 하느님과 일치하고자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전영준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1991년 사제 수품(서울대교구)

△2007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 영성신학 박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사도직)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