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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4> 51번 주 나의 목자 되시니(하)

by 파스칼바이런 2016. 7. 2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4> 51번 주 나의 목자 되시니(하)

평화신문 2016. 07. 17발행 [1373호]

 

 

▲ ‘주 나의 목자 되시니’의 선율을 만든 스코틀랜드 음악가 얼바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던 그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시편 운율 자체를 중시하며 선율을 썼다.

 

 

51번 성가 ‘주 나의 목자 되시니’ 가사의 기원은 ‘시편의 대중화 운동’과 관계돼 있다. 이 운동은 본래 히브리어로 돼 있던 시편을 운율이 있는 영시의 형태로 번역하던 움직임이다. 이 운동의 결과물로 1650년 스코틀랜드 개신교에서 출판되었던 「스코틀랜드 운율 시편집(Scots Metrical Psalter)」에 수록된 시편 23편이 51번 성가 가사의 기원이 된다.

 

이 성가의 선율을 만든 이는 우리 성가집에 수록된 대로 스코틀랜드의 음악가였던 얼바인(Jessie Seymour Irvine, 1836~1887)이다. 아버지가 장로교회 목사였던 그녀는 오르간을 즐겨 연주하며 성가 선율을 종종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1997년 영국의 신학자 브래들리(Ian Campbell Bradley)는 자신의 책에서 이 여성을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던 아마추어 음악가로서 스코틀랜드의 전통을 지니고 있었던 이, 영국에서 점증되고 있던 특정 가사를 두고 선율을 만들던 당시의 경향과 달리 정형화된 시편의 운율 그 자체를 중시하며 (운율이 맞는 어떠한 가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선율을 썼던 이”라고 밝히고 있다.

 

얼바인은 「스코틀랜드 시편집」에 수록된 시편 23편의 영어식 운율을 충실히 따라가며 이 선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선율은 그녀의 아버지가 목회 활동을 했던 스코틀랜드의 마을 이름을 따서 ‘크리몬드’(Crimond)라고 불린다. 이 선율은 세계적으로도 시편 23편에 붙인 선율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선율로 손꼽히고 있다. 이 선율을 작곡할 당시 그녀는 오르간을 한창 배우고 있던 10대였으며, 이 선율은 그녀가 오르간을 연습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 선율은 1872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출판된 「북부 시편집」(The Northern Psalter)에 처음으로 실려 출판되었는데, 이때에는 가사가 시편 23편이 아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요한 복음 14장 6절의 말씀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선율의 작곡자가 그란트(David Grant)로 표기됐었는데, 이에 본래 작곡자인 얼바인의 자매가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즉 그녀는 얼바인이 작곡하고 화성을 붙이도록 요청하기 위해 악보를 그란트에게 보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29년에 나온 「북부 시편집」 새 판에는 작곡가를 얼바인으로 명시한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성가는 오늘날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1947년 거행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의 결혼식에서도 이 성가가 불렸다고 한다. 우리말 가사도 운율이 있는 시로 번역되었던 영어 시편 가사와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시편 23편에서 노래하고 있는 주님께 대한 의탁과 든든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