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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3> 51번 주 나의 목자 되시니(상)

by 파스칼바이런 2016. 7. 8.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3> 51번 주 나의 목자 되시니(상)

평화신문 2016. 07. 10발행 [1372호]

 

 

 

 

종교개혁이 한창이던 당시 가톨릭 사제로서 반종교개혁에 힘썼던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Roterodamus, 1466~1536)는 그의 헬라어 번역 「신약성경」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나는 하찮은 여성이라도 복음서와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을 읽었으면 한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인들뿐만 아니라 터키나 사라센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이 성경들이 모든 언어로 번역되면 좋겠다. 밭을 가는 사람이 이 구절들을 노래하고, 베 짜는 사람도 흥얼거리며, 여행자들도 이렇게 흥얼거리면서 여행의 지루함을 잊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 구절은 그가 개신교의 종교개혁 운동을 바라보며 가톨릭 교회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에 대한 그의 사상의 일면을 드러내 주고 있다. 그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종교개혁가들, 특히 성음악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했던 칼뱅에게는 누구나 쉽게 구약성경의 시편을 흥얼거리며 노래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업이었다. 이는 히브리어로 된 시편을 당시의 시 형식에 맞추어 운율을 지닌 자국어 시로 새롭게 번역하는 운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렇게 해서 등장하는 책들이 「시편집(Psalter)」이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소위 휴그노들(프랑스와 제네바의 개신교인들)이 만든 「제네바 시편집(Genevan Psalter)」인데, 이는 오늘날의 성가집과 같은 기능을 했던 책으로서 옛 히브리어로 된 시편을 운율이 있는 자기네 언어로 번역하여 선율과 함께 수록하기도 했던 책이다. 이렇게 운율이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서 교회음악사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다. 이 영향을 받아 이후 유럽 대륙과 영국에서 구약의 시편 전체를 자국어 시의 형태로 번역하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시편 성가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1650년에 「스코틀랜드 운율 시편집(Scots Metrical Psalter)」이 출판된다. 이는 이미 1564년 출판되었던 「스코틀랜드 시편집(Scottish Psalter)」을 번역의 정확성에 초점을 두어 보완해서 나온 것으로 현재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본래 이름은 꽤 길다. 「운율화시킨 다윗의 시편. 앞선 번역과 원문을 성실히 비교하여 새롭게 번역함 : 이전의 것들보다 더욱 평이하고 부드러우며 원문의 느낌을 잘 살림. 스코틀랜드교회 연합회에서 그 권위를 인정하며 예배 시에 회중들과 가정에서 불리도록 이 책을 지정한다」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민순(1912~1975) 신부님께서 이 과업을 이룩하셨다.

 

오늘 소개하는 성가 51번의 가사는 바로 이 시편집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즉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로 이어지는 시편 23편이 운율 있는 영시로 이미 1650년에 개신교에서 번역되어 널리 불리게 되었고, 이 시편이 우리 성가에 수록된 선율과 합쳐지면서 성가집에 수록되기에 이른 것이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