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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2>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하>

by 파스칼바이런 2016. 7. 5.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2>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하>

평화신문 2016. 07. 03발행 [1371호]

 

 

▲ 해버갈(Frances Ridley Havergal, 1836~1879).

 

 

가톨릭성가집에 수록된 210번 성가는 모차르트의 친저성(親著性)이 의심되는 그의 12번째 미사곡 사장조의 자비송 선율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노팅햄(Nottingham)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은 모차르트의 위작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오히려 뮐러라는 이가 작곡자라는 논란을 앞에서 짧게 소개한 바 있다.

 

곡에 붙은 가사만 21개에 이르러

 

모차르트의 곡이라고 여겨져 온 탓인지 ‘Fight the good fight’‘Thee will I love, O Lord’ 등을 비롯해 사용된 가사가 알려진 것만 약 21개에 이르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가사는 영국의 해버갈(Frances Ridley Havergal, 1836~1879)이 쓴 ‘Take my life and let it be’이다.

 

영국의 문학가인 이 여성은 영국에서 ‘거룩한 시인’, 혹은 ‘찬미가 세계의 가장 달콤한 목소리’로 불렸다. 아버지가 성공회의 성직자였던 그녀는 평생을 걸쳐서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과 주님께 대한 신뢰의 삶을 보여 주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으며 성경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구약 일부분과 신약 성경은 외울 정도였다. 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음악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래도 대단히 잘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마치 성인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고 전해지는 그녀는 43살에 짧은 인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제 영혼을 당신께 맡깁니다.”

 

이 가사는 그녀가 38살 되던 해인 1874년에 쓴 것인데, 어느 날 그녀는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그 집 아버지의 부탁으로 아직 신앙인이 되지 못한 그의 두 딸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두 딸은 그녀와 오랜 대화를 나눈 후 드디어 신앙인이 되기로 했다.

 

그날 저녁 해버갈은 초대받은 집에서 잠을 이루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기도하던 중에 이 가사와 같은 내용의 기도를 바쳤으며, 그것을 시로 쓰게 된 것이다.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주님, 제 삶을 받으시고 거룩하게 하소서. 제 모든 시간과 나날들을 받으시어 그침 없이 흐르는 찬미가 되게 하소서. 2. 제 두 손을 받으시어 당신 사랑으로 일하게 하소서. 제 발을 받으시어 당신 위해 바삐 일하는 아름다운 발 되게 하소서. 3. 제 목소리를 받으시어 나의 왕이신 당신만을 위해 항상 노래하게 하소서. 제 입술을 받으시어, 당신의 말씀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신앙과 삶의 일치 보여

 

우리 성가집에는 이 가사의 구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각각 생명, 삶, 음성, 재능, 마음으로 구분해서 가사를 꾸미고 있다. 이런 구성은 이미 116번 ‘주 예수 바로 보라’ 성가에서 소개했던 “우리 예수님의 수족”과 같이 우리 교회의 오래된 기도 형태였다. 210번 성가는 ‘신앙 따로 삶 따로’인 우리를 다시 일깨워 준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