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에 대한 반문 안정옥 시인
그러니까 내 뜻 없이 이 사람과 저 사람이 합해 내가 되었으니 나는 혼합물인 셈이지 나는 나 인줄 알았는데 나인 것은 하나도 없었어 그러니까 이 혼합물과 저 혼합물에 부대낀다는 것 그건 비애였지 이곳에서 멀리 도망친 날들을 손꼽아봐, 그곳에는 엄청나게 푸근한 다름이 펼쳐질 줄 알았지 그러니까 뚜벅뚜벅, 다시 혼합물의 세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그건 비정함이지 그토록 애쓰며 살아야 겨우 산다하는 이곳, 그러니까 한풀 꺾여 그렇게 한풀, 한풀, 풀이 거의 죽은 뒤에야 끔찍한 나로 돌아오지 사람들은 그후에야 사람답다고 말해주지
나는 내 자신을 말해야될 때 그러니까를 앞세워, 모든 일은 중간쯤에 막히는지 생각할 시간을 좀더 많이 벌기 위해 반듯이 그러니까를 쓰고있어 무언가를 알아듣게 부연해줘야 하는 게 지겨워 여전히 도망치고만 싶은 여기 혼합물의, 그러니까 아직도 나는 그러니까에 근접해 있어 그래서 지금도 중간쯤에 멈춰, 생각할 시간을 좀더 많이 벌기 위해 그러니까를 아직도 내 앞에 세우고 있긴 해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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