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오명선 시인 / 어떤 잠

by 파스칼바이런 2019. 2. 14.

어떤 잠

오명선 시인

 

 

            어제는 오빠가 죽고

             그제는 친구가 죽고

            오늘은 내가 죽었다

             

            그리하여 모든 계절이 사라지고

            겨울에 멈췄다

             

            내가 아닌 내가

            죽은 나를 보듯

             

            통증 없는 통증으로

            수평을 놓쳐버린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으로

            믿을 수 없는 현상으로 우거져

            죽음으로 연결된다

             

            내일을 뺀

            없음으로 있는

            끊어졌음으로 이어지는 형식

             

            아무런 감정 없는 감정이

            수액으로 깊어지는

            몽롱한 수면마취처럼

             

            내가 아닌 내가

            죽은 나를 내려다보는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오명선 시인

1965년 부산에서 출생. 부산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후를 견디는 법』(한국문연, 2012)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