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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시인 / 처서(處暑)
혼자 살다 가는 사람의 유품 같은 날이었다.
울음과 울음 사이, 울음보다 긴 적요를 놓고 다음 생을 건너는 늦 매미 울음에 느릅나무 뜨겁던 그늘을 벗는 하오(下午).
가릴 것 하나 없이 편안한 외로움을 문간까지 열어 놓고 쓰다만 유서 같은 텃밭 베고 든 홀어미 오수(午睡) 속
유난히 매운 끝물의 고추 빛을 묻히고 메밀잠자리 날면 다시 메밀을 심을 때
걷으면 한철 기어 이르던 곳 넝쿨째 끌려 와 몇 날을 식는 제 몸 지켜보는 노란 오이 꽃망울 하나,
한 번 뿐인 생을 여러 번 다녀가는 듯한 날이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6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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