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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시인 / 하얀 식탁
1. 한밤중 어디선가 빛이 새어나온다. 마룻바닥에서 반사된 빛이 식탁을 물들이고 있다.
네 개의 다리와 하얀 등 그것은 거실의 경계지점에서 어느 멸종된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사막을 걷다 멈춰선 자세로
그것은 설화석고로 만든 조각상이 아니다. 악기의 음향판이 아니다. 두드리면 파장이 짧은 소리. 침묵으로부터 도려낸 듯한 소리를 낸다.
약병과 메모지와 함께 그것은 어둠 속에 홀로 있다. 두 개의 돌 위에 얹힌 고인돌 같다.
그것은 해부대처럼 내 앞에 있다. 죽은 것은 그 위에서 해체되어 내 어둔 내부로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본다.
살점이 떨어져나간 뼈의 색으로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의 색으로 식탁은 놓여 있다. 흰 애도복을 걸치고 무엇을 애도하는 것일까.
자다가 깨어 문을 열고 나가면 그가 먹먹한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다. 여전히 아무것도 말해지지 않은 채로
2. 누가 나를 식탁이라 부르는가? 나에게는 투명한 귀가 있어 무심히 사라져버리는 공기가 있어 나의 귀에서 그녀까지 이 어두운 통로.
그녀는 나를 알아본다. ㄴ과 ㄱ으로 휘어진 못처럼 내 앞에 앉아 있다.
무한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그녀는 밤의 정령보다 더 멀리 노래했다. 나의 몸은 나침반의 바늘처럼 북쪽을 바라보았지.
만약 어느 주시자가 우리를 본다면 우리는 허공에 찍힌 두 개의 글자 같을 거야. 그녀가 느끼는 경계가 나에게 이르면 그녀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창으로 부드러운 빛이 들어와 있다. 나무 그림자가 내 발 아래 눕는다. 나의 다리가 뿌리를 내리는 소리. 그 뿌리로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
그녀는 식탁을 보고 있다. 그녀는 얼굴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자신을 찾지 못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식탁이 된다.
누군가 길게 숨을 내뱉는 소리 라벤더 마른 꽃잎이 투명한 날개처럼 거실에 날린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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